독서 생활자의 커뮤니티(2)
조금 먼저 도착해서 안건을 정리한다.
지난 도서관 교육에서 만난 분들과 ‘의기투합‘하여 독서 모임을 꾸리기로 하였다. 무엇을 의논하고 결정해야 하는지 미리 정리해야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결국 내가 하기로 내가 정한다.
이미 독서모임에 참여 중이신 분도 있고, ‘이런 신세계가 있다니!‘라며 함께 하기를 요청하신 분도 있다. 그나마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총대를 메고, 일을 시작해 본다. 프로세스를 챙기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지기 십상이다. 주요 사안을 먼저 적어본다.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모임의 형태이다. 오프라인으로 만날 것인가, 온라인으로 만날 것인가. 요즘은 온라인 독서 모임이 흔하다. 줌을 이용하거나 기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실시간으로 함께 토론하는 것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단톡방에서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 위주로 진행하는 커뮤니티가 많다. 가장 부담 없고,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읽고, 조금 쓰면 되니까.
그리고, 우리의 모임은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하는 것으로 정한다. 동네 모임이고, 줌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배려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정겹다. 사이버 상의 연결보다 직접적인 온기를 나누는 모임이 더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럼에도 장단점이 있다.
아무래도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다.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 오프라인에서는 애로사항이 된다. 모두의 시간을 맞추고, 적절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잘 맞는 시간이 정해졌고, 지역 도서관의 시설을 예약하여 이용하기로 했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면, 이제 실제적인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주의사항을 나누고 동의를 구한다.
1. 우리는 단순한 침목 모임이 아니다.
2. 따라서, 호칭은 언니, 동생, 형님, 아우가 아니라, 누구님, 누구 씨 등으로 통일한다.
3. 불참자가 있어도 2인 이상이 모이면 진행한다.
4.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른 의견도 경청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은 모든 모임의 기본이다. 모임이 발전하면서 지나치게 사적 친밀감을 키우면, 그러니까 누구네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알게 된다면, 본질이 약해지지기도 한다.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함께 읽고 나누는 도반의 개념에 동의해야 한다.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서로의 기호를 파악하고 적당히 조율해야 한다. 특정 장르나 작가를 정할 수도 있고, 명확한 기준을 참고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문학상 수상집 같은. 처음 시작할 때는 각자의 추천을 받는 것이 무난하다. 함께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을 추천하고, 초반을 잘 넘긴다. 한 번씩의 순서를 모두 지나면, 다시 논의한다. 도서 리스트는 최소 3개월 이상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책을 구하는 문제도 있고, 기대감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일 년의 리스트를 미리 정하는 모임도 있다.
책을 정하면 어떤 형태로 나눔을 할지 결정한다. 서로에게 너무 부담이 되면 곤란하다. 이 때는 모임원들의 목적이나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 왜 독서 모임을 하고 싶은지, 단순히 책을 읽고 싶어서? 혼자보다 함께가 더 잘 읽는다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읽고, 쓰고, 토론하는 모임을 지향하기에 이에 대한 생각도 나눈다. 이러한 과정은 모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리한 우리 모임의 진행 방법은 각자 질문을 한 개씩 만들어 오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모임에 참여할 것. 질문들을 먼저 모아서 문서로 잘 정리하면 좋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진행하다 보면 생기는 요령이다. 처음부터 할 일이 많고 번거로우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간단한 질문을 핸드폰에 메모해 와도 되고, 문서로 출력해 와도 좋고.
또 하나의 결정 사항은 유료로 할 것인지, 무료로 할 것인지. 특별히 진행자가 있고, 더 수고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유료 모임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일한 부담으로 진행하는 모임은 굳이 회비를 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참가비를 내기로 했다. 적립해서 나중에 함께 써도 되고, 필요한 책을 사도 되고, 뭐랄까, 불참에 대한 페널티의 의미가 더 큰 회비 내기. 적립금을 두고 중도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도 함께.
2026년 1월. 새롭게 시작할 독서모임. 이제 이름만 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