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기
독서를 생활화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가장 많이 밀리는 것은 서평 쓰기 일 것이다. 흔히 리뷰가 너무 밀렸다고 말한다. 내가 접한 온갖 창작물에 대한 리뷰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게는. 그리고 독서가에게는 그 리뷰의 많은 부분이 읽은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이다.
서평은 대상을 목적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나를 위한 서평과 남을 위한 서평.
나를 위한 서평은 나의 독서를 내 안에 남기기 위한 기억하기의 일환이다.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읽었어도 뭔지 모르겠는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두 줄의 간단한 단상으로 남겨도 좋고, 다이어리에 매일의 기록으로 남겨도 된다. 날것의 감정이 넘쳐 인물에 대한 불호의 혹평을 쏟을 수도 있다. 작가의 의도 파악이 어려워 징징거릴 수도 있다. 내 돈 아깝다는 푸념을 남겨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이 바뀐 것이 있거나, 새롭게 추가된 것이 있다면, 혹은 적용할 것이 생겼다면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뒤돌아 서면 휘발되는 것이 우리의 뇌이니까. 장기 기억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수다. 내 도서시스템의 얼개에서 위치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도서관 어느 코너에 진열할지, 각자의 기준으로 만들어 둔 도서시스템에서 행렬의 좌표를 찍으면 다른 책들과 연결이 시작된다.
남을 위한 서평은 내 글을 읽는 이들을 위한 서평이다.
나의 독서 기록을 참고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글을 써야 한다. 책의 기본정보부터 시작해, 간단한 요약과 특성, 좋은 점, 아쉬운 점, 책을 읽을 때 주의할 것, 추천 대상 등으로 채운다. 단 몇 문단을 쓰는 경우도 있고, A4 한 페이지 이상을 채우기도 한다. 책에 따라 긴 서평이 나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할 말이 많아지는 그런 책을 읽고 난 후의 서평이 그렇다. 서평을 잘 쓰는 비평가들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익히 알고 있는 신형철 평론가나 정희진 작가, 또는 일간지에 주기적으로 기재되는 책 소개 관현 연재물도 도움이 된다. 좋은 서평은 주로 좋은 책을 대상으로 한다. 서평이 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쓰는 이의 비판적 시각이 들어가야 한다. 비평이 모든 것을 호오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아니다. 공감하는 부분과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 이해하기 어렵거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을 짚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서평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일반인이 쓰는 서평은 독후 에세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책을 읽은 후의 감상, 나의 생각, 나의 리스트 중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질 수 있는지의 평가, 별점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나의 평가를 참고하는 이가 있다. 그들을 위한 서평이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나를 위한 글쓰기일 테지만.
여기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모두 써야 할까?
서평을 남길만한 책을 골라야 하나?
서평책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작가 조지 오웰은 그의 산문 ‘어느 서평자의 고백‘에서 명확한 기준을 밝히고 있다.
내가 보기에 최선의 방법은 대부분의 책은 그냥 무시해 버리고 중요해 보이는 소수의 책에 아주 긴 (최소한 1000 단어는 되게) 서평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곧 나올 신간 서적에 대해 한두 줄 정도의 짧은 소개를 해주는 건 유익할 수 있다. 흔히 하듯 600 단어 정도의 중간 길이로 쓰는 서평은 서평자가 정말 원하는 작업이라 해도 무익한 것이 되기 마련이다. <나는 왜 쓰느가, 어느 서평자의 고백>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무조건 서평으로 남긴다 “고 생각하며 모든 책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오웰 선생의 서평은 전문 서평가로서의 일이다. 그러기에 아직 요원한 독서 생활자는 수련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모든 책의 서평을 쓰기로 한다. 단, 나름의 기준이 있다.
모든 책은 읽고 난 후, 바로 2~3줄 정도의 짧은 서평을 쓴다.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드는 생각과 감상을 남긴다. 나를 위한 서평이다. 평점도 기록한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남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최소 4.0 이상이어야 한다. 4점 미만의 책이라면 이젠 안녕이다.
평점이 높은 책은(4.25 이상?) 타인을 위한 서평을 쓴다. 독서 노트에 쓰기도 하고, 바로 발행하는 글도 있다.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쓰고 있다. 그러니 아주 긴, 오웰 선생님의 1000 단어 이상의 서평은 나오기 어렵다. 그런 서평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블로그나 브런치가 더 낫다. 요즘은 사람들이 긴 글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서평도 짧으면서 임팩트 있기를 원한다. 한두 문장으로 이 책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기 원한다. 그럼에도 긴 글의 서평을 써야 한다. 이건 나의 공부를 위함이고, 나의 독서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전문적인 서평보다 이런 아마추어들, 그러니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떻게 읽고 느꼈는지를 궁금해한다. 전문적인 해석보다 감정의 끌림이나 분위기 등을 원한다. 독후 에세이 형태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이렇듯 1차의 검열을 통과한 책을 위주로 서평을 쓰고 있으니, 호평 천지다. 처음부터 혹평이 나올 책은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그럼, 또 한 번의 딜레마가 생긴다.
서평 요청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출판사들의 서평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혹평이 아닌 호평을 서로의 약속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서평을 받거나 신청하는 과정, 그에 대한 절차와 주의점 등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려 한다.
이는 ‘수익’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