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들의 도시락

엄마가 해줄 수 있는 한 가지

by 부키

닭 가슴살 / 버섯, 호박, 가지 구이 / 셀러리, 오이 / 두부, 계란, 야채볶음 / 견과류 / 가끔 고구마

대학교 막 학기에 다니는 큰아들의 도시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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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가 있어 집에 늦게 오는 날에는 2개씩 싸기도 해요.




코로나가 물러가면서, 아이들 표현대로 '풀_대면'이 되었어요.

학교 식당에서 밥 먹기 위한 줄이 상상이상으로 너무 길다 합니다.

그전에 학교에 가기 위한 셔틀 타는 것부터 등교 전쟁이 시작된다고요.


"사람들이 미친 듯이 돌아다녀요. 코로나 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19학번인지라 새내기 때는 코로나 이전이었어요. 남들 다하는 동아리, MT, 뿐만 아니라 온갖 술.. 을 섭렵하기도 했었던 1년을 겪은 아이입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3년 치 비활동을 활동으로 꺼내자니 과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요. 더군다나 20년 이후에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더할 나위 없겠지요.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야 대학생 된 느낌이겠죠.


그래서, 그 와중에,

도시락을 싼다고 혼자 부산을 떨던 것이 얼마 전이에요.

요즘 운동하고 몸을 만드신다! 애쓰는 중이라 식단은 매우 단출합니다.




지난 4년을 거의 기숙사나 자취를 했던 아이는 이번 학기에는 집에서 통학을 해요.

복수 전공하는 과의 졸업논문과 두 과목의 학점 등록을 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요.

2시간 걸리는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 요령도 생겼고요. 결정적으로 물가가 너무 비싼 거예요.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듯해요. 학교 식당에 발길이 가지 않는 고참이기도 합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다시 학교에 있어야 할 계획인지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엄마가 싸준다!' 인심 쓰는 중입니다.


그리고 주 4일의 도시락 싸기 일정이 추가되었어요..


이른 아침에는 주로 경제 공부와 독서, 글쓰기 등을 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이 소중한 시간에 도시락을 싼다는 것이 저의 '원씽'에 맞지 않다 생각했어요.

'하루 중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도시락이라니!!!!!!'라고 생각할 뻔!


기쁜 마음으로 싸주기로 했습니다.


우선, 메뉴가 정해져 있어 반찬 걱정이 없고요.


2일 분량의 야채 손질을 한 번에 합니다.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고르고, 양질의 단백질을 생각하니, 저도 덩달아 함께 먹게 돼요. 국, 찌개가 있어야 하는 한국 어른 남자들의 식단과 다르니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끝도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비대면 수업의 지루함을 끝내고 학교에 가보니, 군에 갔던 친구들이 전역을 했더래요. 오며 가며 반갑게 얼굴 보는 것이 1학년 신입생 때 느낌이 날 듯합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군에 다녀온 것이 승리자 아녀?" 농담 반, 진담 반 아들과 이야기했었어요. 단절된 시간 동안, 아이들은 이만큼 커서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로 크고 있었습니다. 꿈과 희망, 현실적인 미래,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고, 그 어떤 이도 절대적 도움을 줄 수 없는 그런 사회가 되었습니다. 예측도 할 수 없고, 결정은 더욱더 할 수 없는 그런 사회. 섣불리 조언할 수도 없고요. 아는 척하는 것은 더 별로고요.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어 다행입니다.


도시락 싸주기!

그리고,

응원하기!


방향을 잃지 않고, 용기를 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엄마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 같아요.

세명의 아들이 있음에도 계속 큰아이 이야기만 쓰게 돼요. 집에 같이 있는 유일한 녀석이라.

다음에는 군에서 휴가 나올 작은 아이 이야기를 쓸까 합니다.

왜냐하면... 벌써 택배가 오기 시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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