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좋았던 고구마바나나 무엇?
이른 아침부터 무언가를 열심히 보더라고요. '뭘 저리 열심히 보는 거지? 엥? 먹방이네?' 유튜브 속 먹방을 열심히 보는 거였어요. 학기를 끝내고 얼마간의 자유를 얻은 큰 아들이 아침부터 부산합니다. 옆에서 글을 쓰는 저를 물끄러미 보더니 아침을 만들어 준다고 해요.
"정말? 이렇게 일찍? 뭐 해주려고?"
"냉장고에 있는 계란이랑 고구마, 바나나 써도 돼요?"
"당연하지!"
그렇게 대충 꺼내 식탁에 늘어놓더니 먹방 유튜버가 안내하는 내용대로 만들어 볼 심산인 듯 보였습니다. 엄마도 무심하듯 힐끔 거려봤어요. '뭘 한다고 저러나... 먹을만한 게 나올까?'
구워놓은 고구마 몇 조각의 껍질을 벗깁니다.
바나나도 껍질을 벗기더니 조각을 내고요.
내열이 되는 유리그릇을 꺼내 나누어 담네요.
그리고 포크를 이용해 잘 으깹니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합니다.
노른자를 한 개씩 얹어 놓고요.
흰자는 머랭을 친답니다. 그것도 포크로 (잘 안될 건데~ㅎㅎ)
10분 정도 열심히 포크로 애씁니다.
생각 같은 흰색 머랭이 만들어지지는 않네요.
"그 정도만 해도 되지 않겠어?"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5분을 데웁니다.
그렇게 저의 아침이 완성되었습니다.
고구마바나나 무엇이라고 이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구마 맛이 납니다. 바나나 맛도 나요. 위에 얹은 계란이 폭신 거리 지는 않아요. 음... 그래도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입니다.
"시나몬을 조금 뿌릴걸 그랬네?" 한 마디 거들었어요. 다음에 더 잘해라 뭐 이런 의미입니다. 물론 그대로도 맛이 있습니다. 어느 엄마가 맛이 없다 하겠어요? 함께 준비해 준 그릭 요거트에 또 바나나, 그래놀라 조금 얹어서 함께 준비해 줍니다. 이 정도면 든든한 한 끼로 손색이 없습니다.
학기 중에는 특히 평일에는 거의 각자 아침을 준비해서 먹은 지 오래되었어요. 예전에는 엄마가 식탁에 아침을 차려 놓고 모두를 불러 함께 밥을 먹었지만, 따로 살면서 생활 습관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숙사나 자취를 하면서 독립 아닌 독립을 하게 되면 아침은 거의 생략하더라고요. 그래도 집에서는 뭐든 간단하게 먹도록 하는데요. 적당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놓으면 알아서 먹기로. 그리 되더라고요. 대학생 아들들과는요.
아직 고등학생 막내는 집에 오는 주말에는 엄마가 차린 아침을 먹기를 원합니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시간 맞추어. 차려주는. 급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아침을 안 먹으면 큰 일 나는 집이 우리 집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눈 뜨면 아침을 그것도 밥으로 먹어야 했습니다. 식탁에 앉아 눈도 제대로 못 뜨며 시작한 식사가 끝날 때쯤이면 정신 차린 얼굴이 됩니다. 그제야 하루의 당부를 하며 시작을 했습니다. 더 분주한 엄마이면서도 잘해왔다 생각해요. 모든 다른 엄마들처럼.
이제는 특별히 당부해야 할 오늘의 지침도 없고요. 궁금한 것은 그저 오늘의 일정? '언제 나가? 언제 오냐?' 정도의 물음이 대부분입니다. 밥상머리 교육이 이렇게 끝나버렸어요.
"얘! 내가 우리 아들은 꼭 아침 먹도록 키웠다!" 이렇게 말하는 시엄마가 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이제 아들의 아침은 지금부터 알아서 하라고 하렵니다. 아침 잘 챙겨 먹는 와이프를 만날지 아닐지는 그 아이의 복이지요. 그래도 아들이 차려준 아침은 조금 그리울 듯합니다. 아주 드문 일 이니까요.
가족도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야 하는 때입니다. 부모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시대도 아니에요. 꼭 옳다고 할 수 도 없습니다. 별생각 없이 물려받은 습관일 테죠. 그럼에도 세대를 넘는 지혜로움도 있을 거예요. 아직 잘 모르지만, 그 정도는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침은 양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