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키웠다

이제 너의 성적표를 보자!!!

by 부키

구글 포토에 중요한 동영상을 공유하려 하는데,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미루던 파일 정리를 할 시기라는 의미이지요. 그야말로 의미 없는 사진들을 열심히 삭제했습니다. 자동 백업이 되다 보니 쓸데없는 즉흥적인 사진도 많이 있더라고요. 열심히 지웠습니다.


그렇게 추적해서 지우다 보니 오래전 막내의 편지와 카드를 찍어 놓은 사진을 발견했어요. 어버이날에 쓴 편지와 엄마에 대한 교과 평가를 찍어 두었더라고요.

부모님께.jpg

막내의 초등 5학년때로 기억합니다. 12번째 어버이날이라 하니 그쯤 되겠지요. 글씨도 엉망, 철자도 틀리고, 지면의 반도 못 채우는 문장력! 아마 아이의 흑역사 정도로 생각해서 간직했을 것 같아요. 실은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한 재미요소로 남겨 두었겠죠. 갑자기,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옛날의 재미로움. 늘 그런 것을 만들던 아이였으니까요.


앞으로도 열심히 키워주세요!

솔직히 열심히 키웠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기본은 했을 거예요.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요. 열심히 키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잘 키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열심히는 했을 거예요. 아마도...? 이렇게 자신 없어하는 이유는, 삼 형제 막내이다 보니 조금 소홀하지 않았을까 불현듯 생각합니다. 형들의 입시에 맞물리면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게 돼요. 서운해하진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랐겠지요.


막내이다 보니 온갖 사랑이 몰리는 시기가 있어요. 엄마가 조금 부족해도 주위에서 넘치게 키워주셔서 아이에게는 부족함이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올해 고3이 되어있습니다.


교과평가.jpg

어버이날에 이렇게 써 오는 녀석을... 솔직한 것은 알았지만, 눈치도 없나 봅니다. 집 안에서 엄마가 어떻게 행동하고 생활하는지 아이들은 다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보이는 것만 보는 시기입니다. 보이는 것만 믿는 나이였다고.. (너 학교 가면 운동하고, 집에서는 대충 입고, 뭐... 그런 거였지!)


제가 계란밥을 잘 만들었군요. 영어는 '영'자만 이야기했나 봅니다.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이제 곧 이 녀석의 성적표가 나 올 시기거든요. '딱! 기다려! 너도 조목조목 따져 줄 테야!'


그리고, 다시 받아보고 싶어요. 엄마에 대한 교과평가를요. 어떤 것은 빼고, 새롭게 추가해서, 질문과 함께요.


국어 : 읽고 쓰는 생활을 하도록 도움을 주었나요?

수학 :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도록 이끌어 주었나요?

사회 : 함께 사는 이웃의 역할을 배웠나요?

과학 :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나요?

체육 : 건강한 몸의 중요성을 배웠나요?

음악 : 음악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었나요?

미술 :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나요?

진로 : 의논의 상대가 되었을까요?

도덕 : 중요한 것에 대한 기준을 생각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모든 것을 선택하고 거부할 용기를 심어주었나요?


실과와 영어는 뺍니다.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 아니었어요.


사실, 아이의 반응은 안 봐도 뻔! 합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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