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대를 졸업했다.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써온 글이라고 해봤자
최고경영진 보고서, 중장기전략, 기획서, 시장분석 자료,
기술 트렌드 보고서 같은 것들이 전부였다.
특히 오랬동안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다보니
회사에서는 한글로 보고서나 메일도 많이 쓰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문장력은 부족했다.
글의 감각도, 솔직히 말해 최하위 수준이었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4년 전이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업무 경험과 전문지식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 자동차 산업 트렌드 리포트를 연재했다.
하지만 글이 너무 딱딱했다.
‘분석’은 있었지만 ‘온기’가 없었다.
결국 리뷰도, 구독자도 거의 없었다.
그때의 목표는 은퇴 후 컨설팅을 위한 준비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팔로워로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글쓰기는 어렵다는 걸 깨닫고
블로그를 닫았다.
두 번째 도전은 2년 전이었다.
그때는 브런치 작가에 지원서를 냈다.
이번엔 중소기업 만년 부장의 인생을
조금 유머러스하게 써봤다.
“좋소, 좋소, 좋소.”
저속한 콘텐츠인지 결과는 탈락이었다.
돌이켜보면 공감이 부족했고,
조금은 억지로 만들어진 글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나는 전혀 다른 인생의 길 위에 서 있다.
퇴직 후 매일 느끼는 고통과 불안, 그리고 작은 희망을
그냥 솔직하게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행히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았고,
지금까지 일주일에 세 편씩 꾸준히 써오고 있다.
내 글은 완벽하지 않다.
문학적으로 세련되지도 않다.
하지만 한 편의 글을 마치 일기처럼 써서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날 하루가 비로소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글을 쓴다는 건,
내가 살아 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일 같다.
하루를 버텨낸 흔적을 문장으로 남기면
오늘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요즘은 소재도 점점 고갈된다.
드라마틱한 일은 없고,
사는 일은 단조롭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다.
어쩌면 즉흥적이고 거칠지 모르지만,
그게 지금의 나다.
‘작가’라는 단어는 여전히 어색하다.
하지만 내 글을 읽고
“나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당신 글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누군가에게 닿는 단 한 줄,
그 한 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