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있으세요

더욱 또렷해지는

by 희노가

'취향이 소나무'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한 방향의 취향을 오래 유지하고 가져가는 사람을 말한다. 딱히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말을 들으면 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른다. 그가 이제까지 교제한 여성들은 '키가 큰 25세 이하 금발 백인 모델'이 대부분으로 오랫동안 비슷한 유형으로 회자되어 왔기 때문이다. 연애의 '취향'이라고 해두자. 물론 사람에게 '취향'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내게도 소나무 같은 취향이 있던가 생각해 보니, 음식에는 역시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짠 것보다 단 것을 좋아하고, 매운 음식은 쭉 못 먹고 선호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취미나 오래도록 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결이 비슷하다. 요가, 차(茶), 독서, 글쓰기, 산책, 음악감상.. 주로 혼자서 파고들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은 건강이슈가 있어 달리기를 못하고 있지만 한창 달리기를 할 때도 요새 사람들처럼 러닝크루에 들어가는 건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주야장천 혼자 달렸다. 어쩌면 '혼자의 시간에 깊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나의 취향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변치 않는 취향이 있는 반면, 서서히 바뀐 것도 완전히 바뀐 취향도 있다. 가령 옷 입는 취향과 쇼핑의 취향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20대 때는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을 시도하고, 수없이 많은 옷, 신발, 모자등을 샀다. 패리스힐튼처럼 상속녀도 아닌데 같은 옷을 입는 걸 싫어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물건들을 이고 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옷이나 패션이 내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일 수는 있겠으나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더 이상 옷에 파묻혀 있고 싶지 않았다. 가짓수를 줄이려고 보니 화려하고 번잡했던 것들이 보여 모두 꺼내게 되었다. 수없이 샀던 것들을 수없이 버리고 나니 심플함이 내 취향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취향이 변했다기보다는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몰라서 취향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취향'의 사전적 의미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나 경향]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대부분 경험에 따라 알 수 있게 되고, 다양한 경험에 따라 선호하는 방향이 생기면서 '취향'이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내 패션의 취향이라는 것도 여러 가지 옷을 입어봤더니 심플한 것이 좋더라는 취향이 생긴 것이다. 또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변했다는 말은 여러 경험 끝에 자신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취향을 안다는 것, 그건 바로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지는지 아는 일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해괴한 취향만 아니라면,

나이가 들 수록 취향이 단단해져 가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


당신의 취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삶은 축제다'

-희노가



오늘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단어는 '취향'입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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