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하루
며칠 전, 친구가 사는 도하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한국에서 아이들과 웃으며 만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긴 전쟁에 무뎌질 즈음, 또 다른 곳에서 미사일이 오갔다. 화면 속 장면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그곳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나라가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라면 당장 그곳은 이웃나라가 되고, 내 친구 가족들의 '일상'이 달린 이야기가 된다.
두바이, 도하 등의 도시에 미사일이 떨어졌고, 폭파되는 소리와 함께 그곳을 향하던 발걸음도, 이어지던 사람들의 하루도 멈춰 섰다. 친구네 가족이 무사할 것을 알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연기로 자욱한 도시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다행스럽게도 친구와 연락이 되었고, 이런저런 현지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카타르의 하늘에는 당분간 비행기가 날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학교는 문을 닫았고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생필품과 음식을 먹는데 피해가 없도록 마트 몇 군데를 24시간 개방했다고 한다. 친구는 커다란 굉음이 몇 번이나 들려왔다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있는 곳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곳과 친구네 가족들이 안전하기를, 미사일이 멈추고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방향과는 다르게, 세상은 흘러가고 있다.
몇 년 전 COVID-19 시절에도 우린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평범했던 것들이 평범한 것이 아니게 되는 그런 경험말이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하다못해 입고 먹고사는 그런 일상적인 행위들도 쉽지 않아졌다. 단순하고 소소한 '일상'을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이 깨질 때 일 것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감사 한 줄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행위도 습관화되면 실질적으로 감사를 마음 절절하게 느끼면서 하진 않는다. 늘 깨어있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습관들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뜬 건 사실은 기적이라고, 일상에서 작게라도 깨달으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누리고 있는 '일상'의 면면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가까운 공원을 걸으며 리프레쉬할 수 있는 것의 다른 면에는 그 공원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여러 손길들이 있다. 아이가 학교를 가서 안전하게 있다 올 수 있는 이유에는 선생님들뿐 아니라 학교 곳곳에서 아이들을 케어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내가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리는 작은 행동에도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어느 하나도 스스로를 포함한 사람들의 도움이나 희생, 관심과 사랑이 들어있지 않은 게 없다는 이야기다.
'일상'은 결국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과 함께 완성된다.
평범하지만 흔들리기 쉬운 일상의 아름다움을 늘 한 번 더 돌아보며 살고 싶다.
먼 곳에 있는 친구가 굉음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그런 '일상'을 찾기를 바라며.
-희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