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의 온기

오늘도 온수매트를 켠다

by 희노가

문득 다른 사람들은 온수매트를 몇 월까지 침대 위에 두고 사는지 궁금하다. 나는 3월 중순이 지난 지금도 온수매트를 켜고 자는데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꼭 먼저 켜놓는다. 도저히 온수매트가 주는 '온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 온수매트는 여름만 빼고 내내 작동하고 있으니 침대 위의 진정한 주인이라 할 수도 있겠다.


최근에 쓰고 있는 글이 '상실'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떤 부분에서 도통 문장이 잘 풀리지 않았다. 하루는 따뜻한 온수매트에 누워 '오늘 꿈에서 그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 하면서 꿈에게 부탁하듯 속으로 중얼대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정말로 어떤 상실에 대한 꿈을 꾸었는지 마음 한구석이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모든 인연을 다 붙잡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지도 오래인데, 어딘가 늘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는지 흘러간 인연들과, 붙잡고 싶었던 인연들,, 그런 아쉬움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런 기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쩐지 슬픈 마음이 들어 몸을 옆으로 돌렸는데 거기엔 볼이 통통하고 솜털이 남아있는 초등학생아들이 쌔근거리며 누워있었다. '아, 저 따뜻해 보이는 볼이라니. 내 옆에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가진 실체가 있구나. 지금 내 마음에 부는 바람에는 사실 실체가 없는데'

그 순간, 안도감이라는 마음이 찾아왔다.


온수매트가 없어도 이 온기만 있다면 어떤 상실도 두렵지 않을 거야 생각하며 아이의 팔에 얼굴을 가만히 대 보았다. 잠냄새가 나는 포동한 팔, 아 좋아라. 그러다 안도감이라는 마음 뒤에 '만약 너를 상실한다면, 나는 어떤 온기로 이 자리를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온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이 팔에 얼굴을 댄 채로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생각까지 가는 거야. 이 '온기'에 집중해. 아들이 으응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날은 아직 나보다 작은 아이에게 받은 온기에 한결 따뜻해진 봄볕까지 더해 하루를 따뜻하게 보냈다. 그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온기'의 힘인가 보다.


나는 가끔 사람이 쓴 글에서도 온기를 느낀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쓴 고수리라는 작가가 있는데 그분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툭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머물던 자리는 늘 '온기'가 남아있다고, 이 책도 조금의 '온기'로 남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 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온기를 주는 사람들도, 온기가 남아있는 글들도 모두 고맙다. (사실은 온수매트도, 봄볕도:)


-희노가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하게 보내길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