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센티멘탈의 이유

by 희노가

슬프게도 나는 날씨의 영향력에 쉬이 굴복하는 사람이다.

요 며칠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이가 삼일동안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려서 주말 동안 집에서 같이 콕 틀어박혀 있었다. 어차피 미세먼지로 안 나가는 게 좋은데 뭘, 하면서도 미세먼지를 뚫고 피었을 개나리 같은 봄꽃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잘 있다가도 열이 오르면 침대로 들어가면서 '옆에 좀 같이 있어달라'는 아들내미 옆에서 실컷 책을 읽긴 했지만.


그럼에도 바깥과 접촉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아무래도 햇볕, 일조량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학교에 등교를 시작했고, 나는 드디어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지만 미세먼지는 그대로 정체되어 있었고 비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매우 희뿌연 하늘이 날 맞이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스크를 벗고 싶었지만 기관지가 약한 편이라 금방 신호가 오기에 마스크를 그대로 쓰고 공원을 걸었다. 반짝이는 햇볕은 요원해 보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바깥을 걷는 것만 해도 리프레쉬가 된다. 게다가 봄이 아닌가. 개나리는 못 본 사이에 성급하게 피었다가 반쯤은 진 모양이다. 초록색과 새초롬하게 섞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쁘고 말고. 며칠 사이 달라진 점이라면 드디어 봄의 여왕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마 1-2 주 사이면 활짝 만개하겠지.


문득 '미세먼지'는 너무 싫지만 미세먼지처럼 작디작은 입자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겠구나 하는 과도하게 감미로운 설정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물론 이 과도하게 감미로운 설정은 내가 먼저 한 것이 아니다. '먼지가 되어'라는 곡도 있지 않은가. 참고로 그 곡은 많은 사람들이 가수 김광석의 곡으로 알고 있지만, 원곡은 1987년 이미키라는 가수가 불렀고 그녀의 남편 송문상 프로듀서가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작사한 거라고 한다. 역시 먼지도 잘 들여다보면 다른 스토리가 있는 법이다(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이건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이젠 '먼지가 되어'라는 곡을 들으면 그 먼지는 무슨 먼지를 말하는 것이려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아님 황사? 하고 급을 나눠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 쓰고 보니 웃기지도 않는다. 먼지도 저렇게 분류되는 세상이라니.


미세먼지로 텁텁한 며칠을 보내고 있자니 캐나다의 맑은 공기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고향은 서울, 캐나다 런던은 잠시 머물다 온 곳이지만 역으로 묘한 향수병이 걸린 모양새다. 미세먼지를 알려주는 앱을 켤 필요도, 작동하지도 않던 곳. 청소를 자주 안 해도 희한하게 깨끗했는데(착각인지도 모른다). 먼지 탓을 하며 마음껏 그리워해본다. 그러고 보니 가까운 일본만 해도 미세먼지라는 용어는 없다. 대신 PM2.5라는 용어를 써서 초미세먼지농도를 표현한다. 저렇게 수치로 표현하니 더 경각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며칠 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일상으로 파고들진 않은 것 같다. 물론 그곳엔 대신(?) 지진이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지만 말이다.


돌아와서, 요 며칠 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이 '이렇게 어영부영 살다가 그냥 먼지처럼 사라지는 건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먼지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나 역시 또 다른 먼지 같은 존재가 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졌달까.


어쩌다 그런 생각까지 했냐고 물으신다면 이게 다 모자란 일조량 때문이다.

햇볕을 쬐는 시간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햇볕을 모아다 파는 곳이 있다면 좋을 텐데.

-희노가


조용한 브런치에 갑자기 방문이 늘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캐나다에서 썼던 글이 브런치팀 채널에서 소개된 모양입니다.

제 글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쓰라는 응원으로 생각하고 정진하겠습니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