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이 '무례'가 되는 순간

by 희노가

며칠 전에 아주 불쾌한 일을 겪었다. 아니, 황당한 일이라고 해야할까?

'무례한' 사람을 만났던 일을 적어본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있었다. 캐나다 다녀온 후로 생활반경이 매우 좁아진 나를 서울의 핫한 곳으로 불러주는 좋은 친구들, 다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두부 전문집에서 만났다. 심한 길치에 방향치인 나는 처음 가는 곳이라 그렇다는 변명과 함께 길을 잘못 찾아갔고 약속시간에 좀 늦었다. 친구들은 이미 내 음식까지 시켜놓았고 덕분에 앉자마자 두부찌개를 흡입했다. 유명한 곳이라더니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정말 맛있었어요. 오예'하고 끝나면 좋으련만.


문제는 식사하고 있는데 건장한 중년남성이 오더니 "밖에 사람이 많이 밀려있어서 식사 끝났으면 자리 비켜주면 좋겠어요." 하고 가버리는 게 아닌가. 테이블 영수증까지 가져다주며(알고 보니 음식점 사장님, 이미 계산은 선불로 끝났는데). 우리가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나 하고 놀라서 시간을 보니 음식이 나오고 5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음식은 아주 뜨거운 솥밥과 두부찌개 1인당, 보쌈에 두부완자까지 여자 셋 치고는 많이 시킨 데다 꽤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셋다 당황한 얼굴로 빨리 먹고 나가자 하면서 두부를 퍼먹었다.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음식점에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맞은편에 친구가 불편한 기색으로 "아저씨가 계속 쳐다본다" 고 했다. 결국 그런 이야기를 듣고 5분정도 있다가 자리를 뜨려고 일어났는데 그 사이 직원을 한 번 더 우리 테이블로 보냈다. 장난꾸러기 친구는 난처한 얼굴로 온 직원분에게 "저 사장아저씨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원래 저러시나요. 우리 갈게요. 속닥속닥" 했는데 그 순간 직원분이 웃음을 참는 걸 우린 놓치지 않았다. 평소 순한 사람이지만 할 말은 하는 다른 친구가 그 사장님에게 "그래도 음식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재촉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하고 나가면서 작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 건장한 사장님이 큰 소리로 왈,

"아이고 네네, 죄송합니다~ 1시간을 넘게 앉아 있어서요. 다음에 오지 마세요~".

친구들과 나오면서 서로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다가 밖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 뭐가 저 아저씨를 저렇게 만든 거야?"

평소 나에게 두부와 솥밥의 이미지는 뭐랄까 기다림과 여유, 건강함과 말랑탱글함을 떠올리게 하는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날 아저씨 덕분에 '두부애'에 인류애까지 잃어버릴 뻔했다. 이 해프닝은 친구들과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 같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같사남과 같이 한번 더 열폭한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아저씨는 대체 왜 그렇게 무례하게 군 것일까.'

손님들이 많이 몰리면서 마음이 조급해졌을까? 물론 '다 드셨으면 자리에서 일어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음식을 다 안 먹은 게 문제지만). 그러나 그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언행, 영수증을 테이블에 탁 두고 가는 태도는 위협적이었다. 또 그것에 대해 말을 하자 본인이 공격받았다고 생각했는지 급발진. 브레이크 없는 분노의 기차가 될 건 뭐란 말인가.

가게 사장님이 무례하게 굴었다고 해서 그 업장이 잘 안 되면 좋겠다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너무 화났을 땐 '생각'은 했다), 두부가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수증을 잃어버려서 별점테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었다(사실 다행이다).


그 가게의 바로 앞 개천에는 벚꽃이 아주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벚꽃이 만개하던 날, 아저씨의 마음은 꽃밭이 아니라 불밭이었나보다. 그리고 불밭의 조급함이 무례함으로 바뀌는 건 벚꽃이 지는 것보다 몇 십배는 빨랐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저씨의 언행을 곰곰이 되짚어보며 나 역시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굳이 예를 들자면 아침에 학교 가야 하는데 아이의 행동이 굼뜰 때 조급해지고 초조해진다. 그러나 그 조급함이 언제나 무례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두부 먹고 크게 배웠다. 뭐든 배움이 일어났다면 좋은 일이다. 그렇고 말고.



오늘 하루는 좀 더 말랑말랑하길.

-무례함대신 아름다운 벚꽃보고 가세요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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