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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흰둥 Mar 30. 2019

#03. 플래너라 쓰고 귀인이라 읽는다


베뉴 선정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혼돈의 카오스를 경험할 무렵, 플래너를 만났다. 그녀는 마치 암흑 속의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나의 머릿속을 단순 간에 정리시켜줬고, 그녀가 건네 준 플랜 리스트는 학창 시절 전교 1등 필기노트보다 소중했다.


특히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난 어느 추운 겨울날 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렸다.


바로 스드메. 앞서 말한 결혼 준비 암호명 같은 스드메는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의 앞글자만 딴 용어다. 결혼에 있어서, 더 정확히 말해 결혼 로망이 있는 신부에게 있어서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어쩌면 없던 로망도 생겨나게 만드는 것일 수도!)



돌이켜보면 결혼 준비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결혼을 결정하는 것도, 그 이후 베뉴, 플래너, 스드메, 신행지 기타 등등 모든 것들을 내가 직접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오지선다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는 설문지와는 차원이 달랐고 정답도 없었다. 초이스가 더 많을수록 고민은 깊어지고, 단시간에 최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다.

순간순간을 즐겨야 한다고 늘 마음속으로 되새기면서도 쉽지 않았다. 하나를 선택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기에 쉴 틈이 없었다.

그래서! 플래너가 더욱 귀인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직접 발로 뛰며 비교하고 계약하는 일명 워크인(워킹) 신부들이 새삼 더 대단해 보였다.



플래너와의 만남은 소개로 이뤄졌다. 베뉴 선정에 나름의 나만의 조건이 있었듯이 플래너는 가까운 지인의 소개 + 결혼한 사람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부합하는 나만의 '플래너'를 만났다.


그리고 이때부터 결혼 준비가 더욱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우린 장시간 실내에서 진행하는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가봉 스냅"을 선택했다.


(가봉 스냅은 스튜디오가 아닌 신부가 선정한 드레스샵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되는 웨딩 촬영으로 스튜디오보다 좀 더 내추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차피 결혼하면 다 보지 않는다"는 말에 과감히 결혼사진을 생략할까도 고민했다. (뭔가 과도한 허례허식을 줄여보고 실리적인 예신이 되고 싶은 소심한 반란)
하지만 또 언제 드레스를 입고 주인공이 되어 보겠냐는 아쉬운 마음에 모든 걸 놓을 수 없어 선택한 차선(가봉 스냅)이었다.


스튜디오는 특유의 세피아 톤으로 따스함을 자아내는 곳을, 메이크업은 원래부터 계획했던 데로, 드레스는 세 군데를 피팅하고 결정하기로 정했다.


DVD는 과감히 패스하기로 했다. 물론 난 결혼 일주일 전까지 지금이라도 예약을 해야 하냐며 계속 고민했지만 이것만큼은 나의 소신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결혼에 있어 '생에 한번뿐인데'라는 조건이 붙는 순간 남들 다 하는 거 하나 놓치기 싫고, 무언가 계속 특별한 것을 추가하고 싶어 진다. 소비 촉진의 지름길.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결국 과도한 비용이 지불되어야 한다)


물론 나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조금(?) 있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지불 비용에는 찬성표를 던져본다.



어쨌든 이렇게 우리의 스드메는 플래너와의 만남으로 하루 만에 깔끔하게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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