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조용하게 여는 법
일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고민과 우울함은 희석된다. 퇴사 후 행복했던 시간은 잠시, 애매하게 늘어난 시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여유 있게 써보지를 못해서 그런가. 시간이 손에 쥐어져 있어도 어쩌질 못하고 무력하게 있는 꼴이라니.
'나 뭐 하지'로 시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루 루틴을 야무지게 세울 필요가 느껴졌다. 특히 출근 대신 아침 루틴을 제대로 만들어야 나의 이 청량한 백수 생활을 오래, 건강하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 앞 가까운 복지회관 수영장을 등록했다. 아침 수영이나 해볼까? 하고 다소 충동적으로 신청한 수영반에 덜컥 당첨이 돼서 이젠 패를 뒤집을 수도 없이 가야만 하는 운명이 됐다.
한 달에 5만 원, 주 6일 수영을 할 수 있다니. 적어도 토요일 아침 일정까진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수영장 냄새를 기억한다. 아주 어릴 때 생존 수영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누가 봐도 운동신경 없는 나를 믿고 보내준 수영장. 그 수영장에서 처음 맡은 물 냄새, 락스 및 염소 냄새... 여하튼 특유의 수영장 냄새.
난 정말 좋아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고 설렜다.
그 기억을 몇 십 년 만에 다시 맡으니 지하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전이니까 사람들이 별로 없으려나. 조용하려나?'
는 무슨 북새통을 이루는 수영장 샤워실 풍경에 경악도 잠시, 나는 빨리 샤워하기 위한 대기줄을 서야 했다. 앞으로 이것이 일상이 되리라...
샤워라는 장벽을 넘어서면 수영복, 수모 착장에 애를 먹었다. 수모는 왜 이리도 질긴 건지 한 번에 쓰기도 어렵고, 새 수영복도 영 적응이 안 됐다.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그렇게 샤워장 관문을 통과해 드디어 수영장에 입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준비 운동을 하기 위해 몸을 풀며 대기하고 있었다.
수영은 50분 운동 / 10분 휴식이 규칙이다. 전국의 대다수 수영장이 이럴 것이다. 내가 3시간 풀로 운동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왜 못하냐고? 삼십 분만 제대로 수영해 보면 알게 된다.
함께 신나는 노래에 맞춰 준비 운동을 하고 나면 드디어 물에 들어갈 수 있다.
'첨벙!'
잔잔했던 수면이 일렁인다. 너도나도 첨벙첨벙 각자의 수업 레일 물속으로 들어간다.
전광판에 체크된 물 온도는 26도.
그 물 안에서 본격적으로 내 몸이 눈을 뜬다. 모든 감각이 곤두서고 비로소 나의 아침이 시작된다.
1. 잔잔하고 조용한 수영장을 유영하는 낭만 있는 모습은 실제 수영장에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 그리하여 만들어진 오전 루틴입니다.
AM 7:30 기상 후 양치 (+ 정신 차리고 뭉그적거리는 시간 포함)
AM 8:00 공복 물 섭취 및 스트레칭
AM 8:30 복지회관 도착
AM 8:50 샤워 및 수영장 입장
AM 9:00 수업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