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증거입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크로스핏은 커뮤니티형 운동이다. 혼자서 하면 할 수는 있지만 같이 하면 운동 효과가 극대화되는 운동이다.
나는 내향인이다.
라고 말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MBTI 검사 앞자리가 바뀐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회적인 가면을 벗고 나면 온전히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역시나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편하다.
이런 나조차도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에 빠지게 되니 내향인이라는 자아를 벗어나게 된다. 크로스핏을 2년 넘게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처음 박스에 갔을 때는 진입 장벽이 컸다.
쭈뼛쭈뼛 수업에 들어갔는데 하필 2명이서 한 팀이 되어 수행해야 하는 팀 와드였다.
혼자 하라고 해도 처음이라 어색한데 모르는 사람과 한 시간을 같이 하라니. 그 시간 자체가 곤욕스러웠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처음 하는 동작,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쉴 새 없이 흐르는 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내가 못해서 상대방도 같이 못하거나 운동이 안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땐 몰랐다. 나 혼자 못하면 못했지, 다른 사람까지 같이 못하게 하는 민폐가 될 수 있단 생각을 운동 시작하고 꽤 오랫동안 하게 될 줄은.
하지만 운동이 끝나니 알겠더라. 내 속을 어지럽힌 이런 생각들은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말이다.
상대방은 날 딱히 민폐라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본인도 힘들어서 남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리고 팀 와드는 말 그대로 팀이다. 같이 완주를 하는 것!
둘이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으쌰으쌰 힘을 북돋아주며 긴 와드를 완주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분위기는 배우려고 하지 않아도 운동을 하면 알아서 배우게 된다.
운동 말미에는 언제 봤다고 초면인 내 파트너에게 파이팅 소리를 치고 있었다.
내향인이고 뭐고 그 안에서는 함께 끝까지 가야 하는 파트너일 뿐이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 크로스핏은 다른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점이 내향인도 운동하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본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못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팀 와드는 여전히 민폐를 끼칠까 부담이 된다. 그런데 남에게 피해주기 싫은 천성을 떠나 같이 운동하는 맛을 알게 되면 벗어나기 힘들다.
‘내가 못하는 건 맞는데, 그래서 뭐? 운동 같이 안 할 거야?’
라는 막 가자는 생각이 기본 베이스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내가 그보다 부족하다고 해서 질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즐겁게 운동을 하러 온 사람들이니까, 각자의 역량을 활용해하면 되는 거다.
크로스핏은 처음인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운동.
그렇지만 내향인도 움직이게 만드는 신기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