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레벨업! 수확 시기가 도래했다.

키핑 풀업 성공

by 장진진

슬프지만 나조차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 순간이 있다.

지금 내 상태나 한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니,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할 수 없다.


기대라는 것을 품었다가 충족하지 못하면 곱절로 밀려 들어오는 실망감을 나는 안다.

그래서 늘 한 발을 빼두고 적당히 도전하고 적당히 실패하고-. 적당한 간격을 늘 유지했다.


이런 내 모습이 싫으면서도 수만 가지의 핑곗거리를 댈 수 있기 때문에 늘 쉬운 길을 택해왔고, 쉽고 안정적인 길만 골랐더니 제자리걸음 위주로 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발전은 있었겠지만 내심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변화나 성취감을 느껴보질 못했다.


일 년 동안 일기를 20개도 쓰지 않은 텅 빈 다이어리를 어떻게 재활용할까 고민하다 올 초 2월에 기록한 내용을 봤다.


'키핑 풀업 밴드 없이 하나 성공! 완벽하진 않았지만 얼떨결에 해냈다. 곧 제대로 10개까지 해야지'


키핑 풀업이란 몸의 반동을 이용해하는 풀업 동작이다. 처음에는 어깨, 등, 팔 등 풀업에 필요한 근육들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철봉에 밴드를 걸어 연습한다. 밴드를 걸어 연습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저 때 처음 키핑 풀업을 성공했나 보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저때의 다짐처럼 10개를 할 수 있을까? 철봉 위로 턱이 넘는 완벽한 자세의 풀업을 아직도 할 수 없다. 그 일기를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나는 아무런 발전이 없을 수가 있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박스에 가서 보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저 12월 안에 키핑 풀업 3개 이상 할 거예요. 그게 제 목표예요.'라며 선전포고 하고 다녔다. 말로 뱉어 놓으면 창피하기 싫어서라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 같았다. 모두의 응원은 덤이고.


그리고 와드가 모두 끝난 뒤 구석에서 철봉을 잡았다. 지금 내가 어느 정도로 못하는지 알아야 나름의 전략을 세워서 운동을 할 테니까-. 철봉에 매달려서 몸도 풀어주고 심기일전하여 풀업을 시도해 보았다.


"갑자기 이게 왜 되는 거야?"


내가 상상한 내 모습은 철봉 문턱까지는 차마 못 넘기고 떨어지는 모습이어야 하는데 웬걸. 철봉 위로 턱을 넘기다 못해 쇄골까지 넘겼다. 반동은 줬지만 팔 힘으로 이렇게까지 당길 수 있었다고? 분명 안 됐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몇 개월 동안 성장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힌 오늘, 하늘도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렇게 성취감을 주는 걸까?


주변에 나를 보는 사람들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며 응원을 넣어주고 영상을 찍어주려고 각 잡는 사람들도 보였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부담도 됐다. 실패할 수도 있는데 갑자기 왜 다들 나를 보는 거야!


심기일전하며 제대로 해보자. 목표는 할 수 있는 선까지 끝까지 해보기.


결과는?

완벽하게 턱을 넘은 풀업 자세로 연속 3개를 성공했다.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3개씩 풀업 후 1분 쉬기를 총 6세트 했다. 그러니까 나는 20개 이상의 키핑 풀업을 성공한 셈이다.


갑자기 이게 왜 되는지 어리둥절했다.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는 이렇게 서프라이즈로, 예고 없이 수확하게 되는 걸까.


엊그제까지 풀업 할 때 당연하게 밴드를 걸고 했었는데 어쩌면 나는 이미 그때부터 준비된 상태였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후려치기 한 결과 몇 개월 동안 제자리걸음만 했을지도.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할 수 있다고 나를 응원할 때 '얘가?'하고 코웃음을 쳤던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그러니까 나는 내 한계를 스스로 만들고 믿지 못했으니 자신에게 가장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수확 시기를 놓치지 말고 나아가야지!

KakaoTalk_20251201_165635340.png




월요일 연재
이전 14화드롭인으로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