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수확의 시기 2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처음으로 로프 클라임(Rope Climb)에 성공했다.
크로스핏 박스장에는 층고 높이에 따라 3~5미터 로프들이 설치되어 있다. 로프 클라임은 길고 두꺼운 밧줄을 전신 근육을 총 동원해 잡고 올라가는 동작이다. 크로스핏 선수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동작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줄 하나에 사람이 매달려 팔, 어깨, 등, 코어, 하체 전신 근육을 총 동원해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
그래서 나와는 더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난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스스로 습관적 후려치기(?)의 결과는 늘 실패였다. 하늘에서 내려 준 동아줄 같은 박스 로프는 역시나 준비되지 않은 몸에게는 올라옴을 허락하지 않았다. 까슬까슬하고 두껍게 꼬아진 로프는 작은 손으로 잡기부터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손으로 로프를 잘 잡았다 치면 몸을 위로 올려 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팔 힘이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버티는 힘이 없어서-. 수십 개의 안 되는 이유들 속에서 나는 조금 안도했던 것 같다. 로프 하나 못해도 운동할 수 있는 것은 많으니까. 이걸 못해도 내가 꼭 실패한 사람은 아니니까.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때 갈구하는 마음보다 포기가 빠르면 모든 것은 쉽게 풀린다. 다만 쉽고 빠른 길이 결코 좋은 길은 아니다.
수업이 없는 주말에 오픈짐을 갔다. 그냥 어쩐지 가고 싶었다. 가끔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공부가 하고 싶고, 자율학습도 하고 싶고 그런 날이 있기 마련이니까-.
조명 아래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진 동아줄을 한번 잡아봤다. 언젠가 이걸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쯤 오려나?
'팔로 줄을 잡고 버티면서 몸을 끌어올리고, 다리로 줄을 꼬은 다음 다리를 펴며 계속 위로 올라가기... 이거 되겠는데?'
갑자기 심장이 요동친다. 줄 하나에 의지해 몸이 매달려야 하는 첫 동작이 되자 그다음도 계속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기대 없이 해봤는데 몸이 버티니까 신기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몇 번 더 줄 잡는 연습을 해보고 천천히 올라가 봤다. 된다. 올라갈 수 있다!
'높이가 있으니 천천히 하나씩 차분하게 올라가기... 내려올 때도 천천히 손 놓지 말고 천천히... 무조건 천천히 급하면 안 돼'
그렇게 처음으로 로프를 타고 올라갔다. 꼭대기까지 1미터를 남기고 내려왔지만, 내 평생 스스로 이렇게 높은 위치까지 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힘으로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 맛에 사람들이 계속 운동을 하나보다. 계속 발전 없는 상태에 권태스러울 때쯤이면 이렇게 한 번씩 화끈하게 퀘스를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