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피는 운동이 아니다. 수양이다.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가 다가옴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계획을 많이 세워 높게 올릴수록 내년 2월쯤, 슬슬 새해 부스터가 꺼져가는 시점에 무너지는 속도는 빨라질 것임을 안다.
' 2026년 1월 1일부터 각 잡고 시작해야지!'
이런 마음은 너무 의욕에 넘쳐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 번만 지키지 못하게 돼도 완벽했어야 한다는 강박과 함께 의지를 잃고 '나 안 해'를 시전 하기 쉽다. 프로계획러로서(계획 세우는 것만 좋아함) 많은 계획과 약속을 세우고, 번복하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12월부터 차근차근 워밍업을 한다.
그렇게 12월이 되자마자 시작하게 된 것이 하루에 100개의 버피를 100일 동안 하는 챌린지다.
와드에 나오면 가장 싫어하는 동작 중 하나가 버피, 버피를 응용한 여러 동작이다. 어떠한 기구도 쓰지 않지만 5개만 넘어가도 호흡이 힘들어지고 전신이 피로해진다. 고로, 전신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이 챌린지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묘한 마음과 싫어한다고 피할 수 없다면 아예 질리도록 해서 몸이 기억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오기로부터 시작됐다.
버피 동작은 맨 몸으로 박스, 집, 회사(?) 등 어디서나 엎드려 누울 공간만 있다면 할 수 있다. 스케일 버전 동작도 다양하기 때문에 너무 힘든 날에는 슬로 버피나 하프 버피 동작으로 변경해 진행하면 된다. 매일매일 하면 좋겠지만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도저히 그날은 버피 100개가 어렵다면 최대 3일까지만 휴식을 취하고 계속 이어가는 식이다.
1일 차에는 의욕이 넘쳤다. 10분 안에는 할 수 있지 않을까?
10분 안쪽은 무슨. 50개까지 하다가 이걸 왜 시작했나 살짝 후회했다. 100개는 좀 심했나 50개까지만 할걸.
버피 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운동을 하면서 숫자를 까먹는다는 것이다. 내가 몇 개까지 했는지 세면서 버피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몇 개까지 했는지 애매할 때는 양심적으로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마지막 기억이 나는 숫자부터 시작한다.
이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은 칩을 활용해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다. 단 한 개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100개만 깔끔히 끝내고 싶다. 힘드니까...
10일 차가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완벽하게 인정하게 됐다.
버피는 수양의 영역이다.
박스가 절이라고 생각하고 버피가 108배를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해탈한 것처럼 몸이 움직이게 된다.
버피 챌린지는 모두 동영상으로 2배속 녹화를 해두고 있다. 자세가 어떤지, 어제보다 더 많이 쉬면서 했는지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와드에 버피가 나오면 빨리 하기 급급해서 자세가 많이 무너진다. 100 버피의 좋은 점을 찾자면 그런 자세를 신경 써서 하나하나 곱씹으며 자세 연습도 하고,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끼면서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시작했고 되돌아가기엔 나는 현재 1000개가 넘는 버피를 했기 때문에 아까워서라도 뒤로 물러설 수가 없다. 이쯤 되면 100일까지 쭉 가야 한다.
100일 후 버피를 좋아하진 않아도 두려워하진 않는 내 모습을 기대하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오늘도 킵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