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반배정
12월 31일이 되니 수영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조금 들떠있었다.
다들 싱글벙글인 것 같기도 하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렘 때문일까?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오히려 아쉬워하는 분위기여야 하는데 왜 다들 라커룸에서부터 상기된 모습일까 싶었는데 수영장에 입장하고 나서 알았다.
"자기는 1월부터 무슨 반이야?"
"저는 이번에도 상급반 넣었어요."
"아니, 교정반 새로 생겼는데 왜 상급반을 또 가!"
"접영을 못하는데 어떻게 가요... 교정할 게 뭐라도 있어야 가지 않을까요?"
그렇다. 준비 운동을 알리는 정각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부터 수영장 안에서는 서로 어떤 반에 넣었는지 물어보느라 회원들이 바빴다. '그나마' 상급반 젊은이로 불리는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느낌은 흡사 졸업식 때 정든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건네고, 보이는 친구들 족족 '너 몇 반이야?'를 물어보며 나와 같은 반 친구를 조금이라도 파악하곤 했던 어릴 때와 같다.
"1월에 오는 연수반 선생님이 엄청 빡센 스타일이래"
"선생님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요?"
"다~ 정보가 있지. 우리 쌤은 저녁반으로 가신다고 하더라고"
'너네 담임 선생님 누구래'를 시작으로 온갖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도 어쩜 이렇게나 똑같은지.
'와, 어른이 돼서 이런 느낌을 받아보다니.'
입사, 퇴사와는 전혀 다른 이 감정. 오랫동안 사귀며 정든 친구들과의 안녕을 뒤로하고 새로운 반에서의 정착을 위해 자체 조사를 서슴없이 하고 다니는 건 인간의 본능 같은 걸까?
아직 접영 감을 못 찾은 나는 올해도 상급반에 지원했고 다행히 붙었다. 앞으로 2개월은 당첨 걱정 없이 수영할 수 있게 됐다. 몇 달 동안 상급반에서 같이 수영하던 회원들의 상당수는 올해부터 새롭게 창설된 교정반으로 옮겨갔다. 상급-교정-연수반 코스로 레벨업이 되는 식이라 그분들은 교정반으로 가도 충분한 실력자들이다.
몇 개월 동안 조금씩 말을 걸어주시고 아는 체해주셨던 수영 동료들과 안녕을 고하고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상급반에서 접영을 배워야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배워봐야지. 나는 접영을 안 배웠다 마인드로 가는 거야!
새해 첫 수업은 선생님도 회원들도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회원들이 선생님을 탐색할 권한 따위는 딱히 없고 선생님이 수강생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맞다.
기존 상급반에서 잘하셨던 분들이 교정반으로 많이 이동하기도 했고 또 '그나마' 젊은이로 보이는 나는 1번이 됐다. 벌써부터 눈물이 난다. 첫 번째로 물살을 가르며 발차기를 해야 한다니 체력이 따라줄지 모르겠다.
현재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가르치는 스타일 등 모든 것이 지난달 선생님과 다르다. 지난 수업 때 배운 것들의 일부는 지워질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내가 성장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 골을 파고 헤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거나, 아예 안 배웠다고 생각하고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과감하게 버릴 것을 버려야 한다.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시작했다. 설렘이 오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