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투바 짝사랑의 끝

토투바 10개의 문 열기

by 장진진

크로스핏에는 토투바(Toes to Bar)라는 동작이 있다. 철봉에 매달려 다리를 들어 발끝이 철봉에 닿도록 하는 코어 운동이다.


바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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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작을 연속으로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볼 때는 '나도 좀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지만 철봉에 오래 매달려 있는 것조차 버거웠던 나는 이 동작이 참 어려웠다.


철봉에 잘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심지어 다리를 철봉까지 올릴 수 있는 코어 힘도 있어야 하고, 양쪽 어깨와 팔 힘으로 바를 눌러주는 힘도 있어야 한다. 단순해 보이는 동작에 필요한 근육은 왜 이리도 많은 걸까.


근육도 체력도 유연성도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나는 당연히 토투바가 되지 않았고, 무릎을 접어서 허리까지 올리는 스케일 버전으로 겨우 겨우 따라갔다.


어렵고 힘든 동작이 남들 보기에 가볍고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수영이나 크로스핏이나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참 공평한 진리다. 그러니 왜 나만 안 되나 탓할 것도 없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다.


그렇게 나는 2년 넘게 토투바를 조용히 짝사랑하며 칼을 갈아왔다. 지독한 사랑의 끝은 결국 토투바를 기어코 완성시키며 끝내리라.


크로스핏 하면서 가장 짜릿할 때는,

지난주까지 조금도 감을 찾지 못했던 동작이 그다음 주 어느 순간에 갑자기 된다는 것이다.

정말 갑자기.


처음에는 1개, 그다음에는 3개, 5개. 그리고 마침내 정확한 토투바 동작으로 7개까지 연속으로 할 수 있게 됐다.

1개에서 3개까지가 된다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하게 개수를 늘려갈 수 있다는 말이 진짜인가 보다. (안 믿었다)


'갑자기? 왜??'


왜라고 물으신다면 이유는 알 수 없다. 점점 근력과 체력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수도 있다.


전혀 알 수 없었던 코어 힘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힘과 철봉을 누르는 상체의 느낌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그다음부터는 수월했다. 힘만 더 있다면, 팔이 덜 털렸다면 10개까지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사람 욕심이 무서운 게 한 개도 되지 않을 때는 하나만 되면 좋겠다 싶더니만, 어느새 10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제 나는 정식으로 토투바가 된다는 사실이다. 몇 번을 더 시도해 봐도 된다.

이건 이제 내 것이 됐다는 뜻이다.


지독한 짝사랑의 끝을 이렇게 아름답게 완성시키게 됐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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