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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Jun 17. 2023

이름이 꽃이 되다


우리가 살면서 나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불려지게 될까? 하루에도 몇 번씩 불리는 이름이다.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워지는 이름이다. 그 이름은 오직 하나이다. 평범한 우리들의 이름은 젊은 날 빛남은 잠시, 나이가 들수록 빛이 바래가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빛바래고 잊혀진 이름에 꽃을 달아주시는 분을 만났다.



의외로 한적한 외곽에 있던 연수 장소는 들꽃 가득한 시골길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낯선 장소에서의 연수라 오기 전부터 설레었다. 오늘 강의는 <내 이름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강사님은 이름꽃 그려주는 화가로 알려지신 박석신 교수님이셨다. 대학병원에서 환우분들에게,  노인정의 어르신들에게 아름다운 이름꽃을 선물해 주시는 천사 같은 분이셨다.


연수 시작되고 얼마 안 돼 우리 연수생 중 한 분을 앞으로 모셨다. 그분에게 2분 정도 시간을 줄 테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마이크를 넘기고 강사님은 한편에서 즉석으로 화폭에 이름꽃을 그려주셨다. 처음 접하는 퍼포먼스라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완성된 이름꽃이 예뻐서 다들 부러워했다. 그렇게 중간중간 한 분씩 모셔서 이름꽃을 그려주셨다. 


어떤 분은 오십 대이신데 계명하셨다고 한다. 계명하고 나서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하시며 계명하신 이름으로 이름꽃을 부탁하셨다. 나도 평소 이름이 촌스러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했었다. 이름을 발음하기 힘든 편이라 누가 물으면 꼭 두 번씩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나이 먹어서 그냥 살지 싶어서 마음을 접었는데 오늘 이 분을 뵈니 다시 한번 이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또 지명받으신 한 분은 본인의 이름 대신 어머님 이름을 교수님께 부탁하셨다. 어머님께서 5년 정도 투병하시다 안타깝게 올해 초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커서 어머님의 이름꽃을 부탁하셨다. 강사님께서는 강의를 하시면서 이렇게 자신보다 다른 분의 이름꽃을 부탁하시는 분이 많다고 하시며 한 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 할머님께 이름꽃을 그려드렸는데 안 가시고 계셔서 여쭤보니 한 장 더 그려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더 이상 남은 화폭이 없어 죄송하지만 못 그려드린다고 하니 본인의 이름꽃 그림뒷장에 그려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분이 누구시냐고 여쭈니 '울 엄마' 이름이라고. 안 그래도 아까 어머님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사연을 접하고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었는데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님께도 그리운 어머니구나'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강의실에 모인 우리 모두가 엄마이자 딸이기에 함께 공감하며 눈물지었다. 어느 시인은 말했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5분만 온대도 원이 없겠다.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싶다'라고. 나이 들어도 지울 수 없는 이름은 '엄마'이고 가장 아름다운 이름도 '엄마'였다.




어쩌면 흔한 이름이지만 그 이름을 소중하게 만들어 주시고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신 강의였다. 강사님은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꽃이니 마지막으로 자신의 꽃말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오늘 밤 나의 이름꽃의 꽃말을 생각하며 잠들 것 같다. 어디에도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주위에 있는 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항상 기억하며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다짐한다.




이름이 꽃이 되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 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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