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한 달에 하루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6월엔 관심 있었던 연수를 받고 싶었다. 연수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싱잉볼 연수'로 학부모 대상 연수였다. 선착순이라 알람까지 해놓고 신청했다. 다행히 선착순에 들어 연수를 가게 되었지만 가기 전까지 무수히 갈까 말까를 망설였다. 하지만 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만약 무언가 갈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무조건 가자"라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만큼 연수 내용이 좋았다. 사실 싱잉볼은 몇 년 전 횡성 숲체원에서 경험한 적이 있었다. 요가 매트를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 모두 하늘을 바로 보고 누워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강사님께서 들려주신 맑고 청아한 싱잉볼 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초록숲에 누워 바람을 느끼고 나무의 냄새를 맡으며 여럿이 누워있지만 자신만의 호흡을 따라가며 싱잉볼 소리에 집중했다. 명상이 끝나고 나니 눈도 맑아지고 몸도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살면서 숲 속에 누워본 경험도 처음이고, 싱잉볼도 처음 경험해 봐서 그런지 여운이 오래 남아 있었다.
6월의 마지막날 열린 연수는 참석 시 편한 복장으로 오라는 안내를 받았고 평소 운동할 때 입는 검은색 면반팔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갔다. 연수 장소에 들어가니 각각의 요가 매트 위에 배게, 담요, 눈찜질 안대가 놓여있었다. 강사님은 생각보다 젊은 분으로 명상가들이 입는 하얀색과 오트밀 색이 어우러진 옷을 입으셨고 머리도 살짝 부분 탈색을 하셔서 그런지 영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리에는 다양한 싱잉볼과 도구들이 놓여있었다. 우선 간단하게 싱잉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싱잉볼은 말 그대로 노래하는 그릇이며 히말라야 지역에서 주로 하는 명상하는 도구라고 한다. 싱잉볼 명상의 특징은 아무래도 현대인은 긴장 상태로 생활하게 되는데 싱잉볼의 울림과 진동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긴장을 이완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양한 합금을 녹여 만든 싱잉볼은 그 울림과 진동이 독특하고 특별했다. 생김새는 방짜 유기랑 좀 비슷했지만 색이 더 짙고 투박했다. 혹시 유기그릇으로 싱잉볼을 연주해도 되는지 여쭤보니 유기그릇은 2가지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히말라야 싱잉볼은 10가지 합금으로 이루어져 소리나 울림이 훨씬 탁월하다고 하셨다. 설명을 다 듣고 각자 요가 매트에 누워 눈찜질 안대를 하고 눈을 감았다.
귓가에는 명상음악이 잔잔하게 흘렀고 편안하게 누워 싱잉볼 연주를 들었다. 거짓말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소리들은 마치 우주가 나에게 주는 울림 같았다. 홀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주에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강사님은 눈을 감고 있으면 잠이 들기도 하고 잠과 명상의 시간을 오가기도 하고 뭔가 다른 것들이 보이기도 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그랬다. 싱잉볼 소리를 따라가다가 잠깐 잠든 듯하다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꿈꾸듯 어떤 것이 보이기도 했다. 평소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지 못하고 찌뿌둥한 느낌이 싫어 안 자는 편인데 이날 명상에서 깨어났을 때는 몸도 개운하였고 기분도 좋아지고 차분해지며 그냥 '나' 자체가 고요해지고 선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전 싱잉볼 명상은 이렇게 끝나고 점심을 먹고 잠깐 쉬었다 오후 명상시간도 이어졌다. 오후에는 직접 싱잉볼 체험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왼손에 싱잉볼을 올려놓고 오른손에 스틱을 쥐고 싱잉볼을 친 후 진동을 느껴보았다. 작은 싱잉볼에서 울리는 진동은 살면서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작은 그릇에서 나오는 오묘한 진동과 울림을 바로 귀 옆에서 들어보니 신비하기도 하여 싱잉볼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싱잉볼을 직접 몸에 올려놓고 몸으로 진동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두 명씩 짝지어 상대방의 가슴, 배, 등, 허벅지 순서로 싱잉볼 진동을 주었다. 마지막으로는 크리스탈 싱잉볼 명상 체험도 했는데 크리스탈 싱잉볼은 금속 싱잉볼보다 맑고 청아한 소리를 냈다. 주로 활동적인 생활을 해오던 내게 싱잉볼 명상은 정적인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연수가 끝나고 함께 하신 분들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이 지긋하신 한 분은 은퇴하면 고민이 싹 없어질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했다. 이번 체험을 통하여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분은 평소 불면증이 있으시다고 하셨는데 명상시간 동안 잠을 3번이나 잤다며 고마워했다. 나 또한 아티스트 데이로 만난 싱잉볼 연수의 체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강사님은 연수를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저 문을 열고 나가시면 어떤 삶을 살아가실 건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물론 한 번의 명상으로 모든 것이 치유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오늘 받은 싱잉볼 명상에서 받은 좋은 경험들을 일상에서도 많이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라며 연수를 마치셨다. 아침부터 밤까지 타이트하게 살아온 생활 속에서 잠시 쉬게 되면 뭔가 죄책감이 들고 나태해지는 느낌으로 나를 더 채찍질하곤 했다. 하지만 싱잉볼 명상을 마치고 나니 '삶에서 이런 쉼이 꼭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 특히 싱잉볼 명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고 깊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아티스트 데이트" 6월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나이 오십 이제 서두를 필요 없잖아. 하루 10분이라도 잠시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일상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나를 둘러싼 모든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며 살아가자. 마음속의 화는 이제 놓아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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