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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Sep 26. 2023

부고를 듣고


부고 연락을 받았다. 송 선생님의 친정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송선생님은 작년 초 치매가 오신 친정아버님을 집과 직장을 오가며 힘들게 모셨다. 6개월가량 기다리던 요양병원에 다행히 자리가 나서 모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부고라니...... 멀리 광양에서 치러지는 장례식에는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송 선생님 친정아버님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마음속으로 빌어드린다.


요즘 듣게 되는 소식은 나이가 있다 보니 연로하신 부모님들 소식이다. 간혹 자녀들 이야기도 오가지만 역시 제일 화두는 부모님이다. 우리 세대는 낀 세대로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봉양하고 처음으로 자식에게 버림받는 세대라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서글프지만 현실이다. 나와 남편은 부모님을 봉양하겠지만 우리 자식에게는 우리 부부를 봉양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의 노후는 우리가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행복한 노년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리고 자연히 따라오는 죽음도 생각하게 된다.


직장 동료인 H는 사십 대 초반의 유쾌한 친구이다. 어딜 가나 분위기 메이커인 이 친구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아픈 시어머님을 2년간 병수발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다고 한다. 얼마 전 연명치료 거부 신청을 하고 왔다고 하며 본인은 "내일 죽을 것처럼 산다"라고 말한다. 항상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그날 할 일을 미루지 않는단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므로 갑자기 내일 무슨 일이 생겨 출근을 못 할 수도 있다며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며 산다고 한다. 나보다 젊은 친구가 벌써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낯설었지만 그 말을 새겨듣게 되었다. 100세 인생이라지만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명치료 거부 신청에 대해 남편과 상의해 보고 우리 부부도 신청해 보려 한다.


H의 말을 듣고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에서 기안 84가 인도 바라나시 강가에 서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기안은 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 강가에 서서 말한다. "그렇게 오래 살아도 3시간이면 재가 되네." 기안의 말은 삶의 허무함을 대변한다. 화장터의 연기가 자욱한 강가에 서면 어떤 느낌이 들까. 평생 아등바등 살아온 날들이 단 3시간이면 재로 사라진다. 물론 누군가에게 삶이 떠올려질 수 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무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 잡고 있는 것을 내려놓게 된다는 기안의 말을 들으니 지금 내가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다.


여름 장마를 준비하듯 노년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리라. 어느 순간 나이 오십이 되었듯이 어느 순간 육십, 칠십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중은 없다. 하고 싶은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하자. 그리고 버릴 줄도 알아야 함을 잊지 말자. 그것이 물건이든 생각이든 오래된 관습이든.









바라나시



아침 일찍 우리는 아직 불이 연기를 내며 타고 있는,

강가 화장터를 지나,

서양의 정신으로 갠지스강을 바라보았지.

한 여인이 강물에 허리까지 잠긴 채로 서서

두 손 가득 물을 떠 자신의 몸에

끼얹고 있었어, 천천히 여러 번,

마치 자신의 삶과 강의 삶 사이에서

내적 만족의 순간에 이르려는 것처럼.

그러더니 가져온 통을 강물에 담가

물을 채운 통을 들고 화장터를 건너 돌아갔지.

분명 그녀가 사는 곳 근처의 어느 성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겠지.

왜냐하면 이곳은 세상을 만든 시바 신의

신성한 도시이고, 이곳은 그의 강이니까.

그 모든 게 정적과 평화로운 단순함, 그리고

확실성과 그 확실성에 따라 산 삶의 축복처럼 느껴지는

무언가 속에서 일어났다는 말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생각했지.

난 그걸 기억해야만 해.

신이시여, 그걸 기억하게 해 주소서.


메리 올리버, 「천 개의 아침」





© aimannes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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