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이제 2023년은 닷새만 남겨져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내며 올해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블로그에 남겼던 흔적을 찾고, 그동안 매일독서 30분 모임에서 올렸던 기록을 찾고, 집에서 읽었던 책들을 모아보고, 도서관 대출이력도 살펴보았다. 거의 50권의 책을 읽었다. 동화책과 동시집, 그리고 시집을 제외하더라도 30권 가까이 읽었다. 읽은 책을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유치하지만 책을 다시 읽으면서 올해 나름 뿌듯한 일 중 하나이다. 누구에게 대놓고 자랑은 못하고 오늘 하루는 혼자 기특해 보려 한다.
사실 어려운 책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덮어놓은 책들도 있고, 한가해지면 진중하게 읽으려고 아껴놓은 책들도 있다. 책은 나에게 어떨 때는 사춘기 아이처럼 난감하기도 하지만 삶의 조각조각들에 단비 같기도 하고 깜깜한 밤하늘의 샛별 같기도 하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서가에서 풍기는 은은한 종이향이 좋아 그냥 하릴없이 서가 사이를 거니는 것도 좋다. 낯가림 심한 편이지만 작은 도시의 더 작은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삶에 책 보다 더 익사이팅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가끔은 현재를 벗어나고 싶고 그냥 어딘가로 숨고 싶은 순간도 온다. 그럴 때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은 책이었다. 사실 책 읽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다. 짬짬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는 습관이 촘촘히 바느질된 바늘땀처럼 이어져왔다. 책을 읽어도 철은 안 들지만 계절은 어느덧 겨울이 되었고 매일 정성을 들이는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올해 읽은 책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다 보니 책 읽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새로 알게 된 작가가 좋아지던 순간, 왜 이 시인을 이제야 알게 됐을까 감탄의 시간, 세상을 떠난 작가의 남겨진 글들에 존경심이 표해지는 순간들이 말이다. 새해엔 좀 더 책을 가까이하고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