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요리다운 요리를 하게 되는 건 식구 생일이 있거나 큰아이가 집에 와서 가족이 다 모이게 되면 좀 더 분주하게 요리를 하게 된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부엌에 서게 하는 위대한 힘 또한 순전히 가족이라는 사랑의 힘일 것이다. 지난 주말 큰아이가 한 달 만에 집에 왔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다시 갈아타고 집에 오면 거의 6-7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가 좁다 해도 모든 대중교통수단은 서울을 거쳐 와야 하기에 한번 집에 오는데도 기나긴 여정이 된다.
아이가 터미널에 간다는 문자를 받고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렀다. 오후 6시 차를 타고 오니 빨라야 12시 늦으면 새벽 1시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아무래도 숙소생활을 하느라 과일을 좋아해도 잘 안 사 먹을 테니 집에 오면 과일을 챙겨 먹이고 있다. 지역에서 자란 자두와 블루베리, 복숭아를 장바구니에 담고 무농약 백숙용 닭도 한 마리 담아왔다. 큰아이는 야외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날도 많아 한여름 몸보신용으로 닭곰탕을 해주고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백숙용 닭은 깨끗이 씻어 큰 냄비에 넣고 끓였다. 약재는 따로 사지 않았고 대신 파 한대와 양파 한 개, 통후추를 넣고 잡내제거를 위해 소주를 후루룩 둘러주고 푹 끓였다. 그동안 고명용 파도 썰고 감자도 큰 것으로 골라 2개 큼지막하게 썰어놓았다. 하이라이트로 1시간 정도 끓여낸 다음 닭을 건져서 좀 식혔다. 닭다리는 크게 떼어 따로 담아놓고 나머지는 살을 알뜰히 발라냈다.
"닭곰탕" 하면 어려운 요리일 것 같지만 그저 시간을 두고 묵묵히 푹 끓여내면 되는 요리라 어렵지 않다. 양념도 소금간만 하면 되고, 싱겁다면 따로 소금을 내어주어 개인 취향껏 간을 하면 되니 사실 생각보다 쉬운 요리다. 끓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감자탕, 사골곰탕도 여유가 많은 주말에 만들어두면 든든한 요리가 된다.
다시 냄비에 감자와 발려놓은 닭고기와 닭육수를 붓고 끓였다. 소금으로 심심하게 간을 해놓고 고기를 찍어먹을 소금도 준비했다. 소금에 깨와 후추를 넣어 작은 통에 담아놓았다. 밤 12시가 넘어 도착한 아이에게 진하게 우러난 닭곰탕 한 그릇을 내어주었다. 따로 내어 놓았던 튼실한 닭다리도 하나 그릇에 올려주었다. 아이는 맛나게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직장에서 가장 막내라 사랑은 듬뿍 받지만 익혀할 것들이 많아 아직은 좀 힘이 드는 것 같다. 사회초년생 아이에게 인생은 아직 낯설고 어설픈 것 투성이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아이에게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든 하루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한 달에 한번 집에 오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는 것뿐이다. 아이는 이제 스스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어깨가 무겁겠지만 인생의 즐거움도 무거움도 직접 감당해봐야 할 나이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부모인 내가 더 담담해져야 함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 소원은 아이가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 그저 매일매일이 순탄하고 평안한 하루가 되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