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아줌마의 줌바댄스

by 산호

작년 3월부터 체육센터 줌바 수업을 다니고 있다. 퇴근 후 운동하기에 시간적으로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 줌바댄스였다. 추첨제인데 다행히 추첨이 되었고 처음에는 출석률을 50%를 넘겨야 다음 기수에 수강신청을 할 수 있기에 출석률을 가까스로 챙기면서 다녔었다. 하지만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져 야외에서 슬로우 조깅 하기가 힘들어져 실내에서 하는 줌바댄스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


줌바라고 화려한 운동복을 입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이 남기고 간 옷들 중 후드티에 받쳐 입었던 검은 면 반팔티를 입고 바지도 검은색 조거바지를 입는다. 생각보다 점프하는 동작이 꽤 있어서 무릎보호대도 꼭 챙긴다. 운동화는 슬로우 조깅하려고 사둔 뉴발 860 운동화를 챙겨간다.


첫 수업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해서 제일 뒤쪽에 서서 뚝딱이면서 동작하고 있는 내가 얼마나 웃겼던지. 사실 처음에는 10분도 따라 하기 힘들었던 수업이었다. 수업은 50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이어졌다. 워낙 몸치라 내가 내 몸을 스스로 조종하는 것도 힘들었다. 발이 올리려 해도 안 올려지고 몸은 어찌나 둔하던지. 남들 2번 할 때 겨우 1번 따라가는 것도 벅찼고 박자도 꼭 한 박자씩 느렸다.


매일 하는 동작인데도 그날그날 새로웠다. 내가 나의 우스꽝스러운 율동을 보는 것이 너무 창피해 항상 맨 뒤에서 자리했다. 거울은 볼 용기도 안 났다. 지금도 거울은 차마 못 본다. 그래도 내향인인 내가 춤을 추다니, 스스로도 놀랍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줌바댄스가 끝나면 힘들어도 힘이 난다는 것이다. 쏟은 땀방울만큼 뭔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매력에 줌바수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줌바 수업을 가면 수강생들끼리의 무언의 약속된 자기 자리가 있다. 나는 자주 지각을 하니 거의 출입문쪽 가장 뒤에 자리하게 된다. 수업공간을 세 등분했을 때 출입문 쪽에 가까운 우리 자리에는 우등생들이 있다.


우선 제일 춤을 잘 추는 A. A는 우선 운동복이 레깅스가 아니다. 약간 통이 와이드 한 운동복 바지에 요즘 유행하는 짧은 반팔 상의를 입는다. 춤선이 진정 춤꾼이신 강사 님하고도 다르다. 스우파에 나오는 댄서 같달까. 어쩜 저렇게 웨이브가 우아하고 춤선에 강약이 있을까. 어떨 때는 강사님보다 A의 춤이 더 멋지다. 하지만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직접 말을 해주지는 못했다. 언젠가는 꼭 말해주고 싶다. 리스펙 한다고.


그리고 B분은 나보다는 연배가 있으신 것 같은데 동작을 꽤 잘 외우고 계신다. 사실 줌바를 하다 보면 춤동작을 외워야 하는데 나는 잘 못 외우는 편이다. 어떨 땐 줌바 동작을 외우는 게 치매예방이 되겠다란 생각도 든다. 보통 줌바에서 10곡이상 춤을 추게 되는데 B분은 모든 노래의 동작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잘 따라 하신다. 처음에는 워낙 오래 다녀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한 달 전 똑같이 배운 춤도 그분은 다 기억하고 있다. 강사님이 가끔 동작을 틀리게 해도 그분은 완벽에 가깝다. 그리고 A와 다르게 춤동작이 크지 않지만 귀여우시다. 내가 지향하는 줌바도 B분의 춤선이다. A처럼 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으니 B분처럼만 추자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C, C는 항상 광기의 춤을 선보인다. 마른 몸매에 잘 맞는 레깅스를 입고 머리칼을 제일 높게 치켜 묶은 그녀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떨 때는 눈을 감고 음악과 춤에 빠져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데 매번 감탄을 한다. 지치지도 않고 꾀도 부리지 않는 C의 열정은 항시 부럽다. 강사님이 안 보일 때는 가끔 점프도 생략하고 물 마시는 척 잠시 쉬기도 하는 일인도 있기에.


줌바 수업 중간에는 수강생들이 교류하는 타임도 있다. 두 개의 원을 만들어 빙 둘러 춤을 추거나 주위 두 명씩 짝지어 팔짱을 끼며 돌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커다란 하나의 타원으로 모여 서로 손바닥을 모아 "줌바 줌바 줌바, 화이팅!" 하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한다. 그렇게 줌바 수업 50분을 다 채우면 땀이 난다.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을 때 희열이 있다.

몸치인 나를 줌바댄스로 이끈 것은 음악의 몫도 크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줌바를 지금까지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소싯적 음악 좀 들었던 이력도 있다. 줌바 댄스 음악은 다양하다. 올드팝, 라틴. 살사, 또는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이 나오기도 한다. 요즘 마지막 음악은 화사의 굿 굿바이. 몸치지만 천천히 스트레칭하면서 (화사는 웃을지도 모르지만) 음악에 몸을 맡겨본다. 이번 주도 줌바수업 올출석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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