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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May 02. 2023

혼자 하는 아침

시험 기간인 아이는 어젯밤 독서실에서 늦게 와서 주말 아침 늦은 잠을 청하고 있다. 아침 일찍 눈뜬 나는 혼자 아침을 차려 먹는다. 우선 전날 장 봐온 것들을 냉장고에서 꺼내본다. 두릅과 방울토마토, 두부, 양파가 있다. 우선 두릅을 손질해서 데친다. 그리고 양파와 두부를 썰어 된장찌개를 끓인다. 호박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두부를 많이 넣고 찌개를 끓인다. 그 사이 방울토마토와 계란을 넣어 토마토 계란 볶음을 휘리릭 만든다.


아이가 공부할 때 끼니를 챙겨주려고 사다 놓은 일인용 나무 쟁반을 꺼내어 밥과 된장찌개, 두릅과 초장, 그리고 토마토 계란 볶음을 올린다. 아이는 혼자 밥 먹을 때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본다. 나도 아이마냥 핸드폰으로 넷플릭스에 들어가 드라마를 골라본다.


밥 먹으면서 책을 읽기는 힘드니 이렇게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이 좋다. 간혹 설거지가 많아서 하기 싫을 때 넷플릭스를 친구 삼아 보면서 설거지하면 힘들지 않다. 식탁 위에 차려진 밥을 천천히 먹으며 드라마를 본다. 여유 있는 주말 아침을 맞음에 감사하다. 아이들 어릴 적엔 항상 전쟁터 같은 삶을 살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할 때도 많았다. 아이들이 커서 나에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들이 감사하고 오늘은 더 유독 천천히 음미하며 식사를 한다.


소박한 아침을 이제 남편과 단둘이 하거나 아니면 혼자 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제철의 채소를 식탁에 올리려고 노력하자. 더 간소하게 차리려 노력하자.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려 노력하자. 나이 들어가는 나를 더 나답게 맞이하자. 남겨진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자.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하자.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지금이 제일 행복할 때다. 


주문처럼 혼잣말들을 쏟아내며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다. 단출한 밥상이라 설거지할 것도 몇 개 없다. 말끔하게 정리된 식탁에서 책을 펴고 커피를 마시며 나이 오십의 꿈을 한 발짝씩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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