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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간’ 두 번째 이야기

by 희석


2025년 1월 18일 그리고 1월 25일


첫 번째 만남은 삼송역 인근 어느 카페에서였다.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명분 하나로 카페로 향했고 덕분에 나는 다양한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자리를 중심으로 양옆에 앉으신 분과 그리고 앞에 앉으신 분에게 인사를 건네고 브런치 구독을 눌렀다. 모든 분들에게 인사를 건네지는 못 하였으나 브런치라는 어플을 통해 북토크가 끝난 이후 그 자리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듯 댓글, 라이킷, 구독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카페가 아닌 핸드폰 화면을 통해 작가님들을 만났다. 오전 8시에 줌으로 시작될 예정인 이번 ‘위대한 시간’을 위해 오랜만에 알람을 맞췄다. 다행히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고 두 번째 ‘위대한 시간’이 시작됐다.


일주일의 공백.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냐며 지담 작가님께서 질문을 건넬만한 사람을 찾으시는 듯했다. 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시진 않으셨으나 첫 번째 만남과 두 번째 만남 중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게 질문을 건네시려는 듯한 지담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며 음소거된 내 화면을 통해 열정적으로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손사래를 친 이 행동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지담 작가님의 질문은 다른 작가님께 건네졌으나 부끄럽고 할 말이 없다는 이유로 회피하려는 내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한 후회와 아쉬움이 오늘 두 번째 ‘위대한 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기회가 된다면 꼭 내 이야기와 감사 인사를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두 번째 ‘위대한 시간’ 또한 첫 번째 ‘위대한 시간’에서 오고 간 이야기 못지않게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었다. 핵심 내용을 3개의 단어로 요약했다.


신뢰


연쇄 작용


지속




우선은 신뢰


돈을 넘어서는 무언가


실제로 도움을 건네고 혹은 도움을 받는 경험을 했던 나에게

이 신뢰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키워드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는 게 가능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피아노 콩쿨을 위해 수원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당시 수원역에서 내린 뒤 콩쿨 경연장까지 걸어서 갔다. 정확히는 경연장이라고 생각한 곳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콩쿨 참여가 처음인 내가 봐도 여기는 도저히 콩쿨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도 의심하고 도착한 뒤에도 계속 의심이 들었다. 그제야 알았다. 완전히 잘못 찾아왔고 심지어 경연장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왔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콩쿨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까. 택시를 타기도 너무나 애매했고, 당장 출발해도 늦을 것 같은 이 시점에서 나는 기존 경연장까지 차를 타고 가야 했다.


그때 중년의 여성 분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조심스럽게 내 상황을 말씀드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피아노 콩쿨을 가야 하는데 경연장 위치를 잘못 알아서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되신다면 경연장까지 태워주실 수 있으실까요?”


내 인생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한 부탁을 한 경험은 여태껏 없었다. 물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탁을 하는 게 어렵지 않은 행동일 수 있으나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 큰 도전 같은 행동이었다.


다행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신 여성 분은 약간의 의심을 하시는 듯했으나 내 말에 거짓을 느끼지 않으셨는지 차에 타라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약간 늦은 시간이었으나 경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무사히 콩쿨에 참여했다.




연쇄 작용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나에게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 사람을 알게 되는 건 그 주변 사람까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진다.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을 전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작성한 신뢰와 연쇄 작용은 동떨어진 내용이 아니라고 이해했다. 실제로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되어 내 친구가 된 사람, 친구의 여자친구, 친구의 남자친구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준 기억이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 그러한 연쇄 작용이 앞으로의 일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몰라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지속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내가 지속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사람마다 지속할 수 있는 속도가 다르다고 조심히 의견을 내본다. 내가 추구하는 속도는 오늘 유지한 속도를 내일도. 그다음 날도, 일주일, 한 달 동안 지속할 수 있냐는 여부를 고려한다.


사이클을 탄 지 약 10년 정도 됐다. 이전에는 나를 추월하는 사람을 보면 뒤꽁무니를 따라가기 바빠 내 속도를 훨씬 웃도는 속도로 쫓아가려다 지치기 바빴다. 지금은 오히려 나를 추월하기 편하도록 도로 오른쪽에 바짝 붙어 그들에게 추월할 자리를 마련해 준다.


본인의 속도를 안다는 건

본인이 지속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문장으로 정리했던 내용이다



나를 키워주는 시련조차 감사하게 대할 것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내가 먼저 원하는 모습의 사람이 될 것


본인이 한 경험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경험을 했고 이러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만큼 값진 것이 있을까


나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지속하는 게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사흘, 나흘에 한 번씩 할 때도 있다. 그것조차 내가 행할 수 있는 지속이라면 지속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매일매일 행하는 것이 있다. 매일매일이 아니라 내 삶 전체에 있어 내가 지키고자 하는 나의 약속이다.


술, 담배, 커피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더라도 내 몸만큼은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꾸준히 몸에 신경 쓰고 있다.


나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술, 담배, 커피를 안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나만의 증거가 지금의 내 몸이고 지금의 내 몸이 나의 다짐을 더욱 이끌어준다. 술, 담배, 커피와 거리를 두게끔 만들어준다.


10시에 끝난 ‘위대한 시간’

질문이나 소감을 말할 사람이 있냐는 지담 작가님의 질문에 번쩍 손을 들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마지막에 덧붙이며 정리한 것, 알게 된 것을 이야기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앞으로의 모든 일들을 이끌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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