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qua

by 희석

바람 없이

사람 없이


바람 없는

사람 없는


드넓은 거리를

바라만 봅니다


바람조차 불지 않아

멈춰있는 듯한 강은

세상을 뒤집어 보라며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합니다


걷는 것과 다른 속도감

저는 자전거를 타며

세상의 고요함에 녹아듭니다


듬성듬성 들어온 불빛은

저처럼 잠에 들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일까요

저와는 다른 이유로 잠 못 드는 사람들의 존재일까요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다던 착각은

이 거리에 나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고요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과 동시에

느끼고 싶지 않았던 저는


홀린 듯이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긴 저는


참으로 모순적인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 차가움이

이 따듯함이

영원하길

영원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눈을 감은 채

오롯이 이 고요함을 받아들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