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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석 Oct 04. 2024

자전거 도로에 앉아있던 학생

내가 건넬 수 있었던 건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기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무슨 생각에 잠기면서 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염없이 생각에 잠기며 자전거를 탔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이었을까

매일같이 다니던 자전거길을 가는 중

마포대교에 도달할 때쯤

도로 한가운데 학생으로 보이는 한 명이 앉아있었다

도로 경계선에 앉은 채 자전거를 두고 있었다

어두웠던 탓에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가늠이 가질 않았다

친구를 기다리는 건가, 왜 앉아있을까 의문이 가득했다

도움이 필요한 걸까, 내가 가서 물어볼까

나는 학생을 지나쳤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고개가 계속해서 돌아갔다

결국 방향을 틀어 학생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자전거 페달에 신발끈이 꼬여

자전거와 한 몸이 된 것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학생에게 다가갔다

‘신발을 벗기면 되지 않을까?’

학생이 신발을 벗을 수 있게끔 자전거를 들어주었다

신발을 워낙 꽉 맨 탓인지 신발을 벗기가 힘들어 보였고

아마 혼자서는 낑낑거리며 계속해서 힘을 뺏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발을 벗고 자전거 도로에서 벗어났다

신발과 함께인 자전거

다행히 돌돌 말린 신발끈이었고 쉽게 풀 수 있었다

“혹시 지금 몇 시인지 알 수 있을까요?”

학생이 물어보았다

나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핸드폰이 없는 것이었을까

혹시 핸드폰이 없는 건지, 전화할 곳이 필요한지 추가로 물어보았다

학생은 괜찮다고 했다

몸은 괜찮은지, 자전거는 잘 굴러가는지 확인을 했다

괜찮다고 말하는 학생이었지만

나는 학생이 무사히 자전거를 타고 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학생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낑낑거렸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생을 지나쳤을까

다행히 내가 먼저 발견한 것이었을까

내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학생을 도왔을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학생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만약 저 아이를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기를 바랄 뿐이다

훗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저 학생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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