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부터 잘하자!
운이 좋게도 백화점에 첫 취업을 하게 되어 나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나는 짧은 기간의 점포 생활을 뒤로하고, 본사 발령을 받아 본사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백화점 본사라고 했을 때 기대했던 건 자유분방한 사람들과, 수평적인 조직문화, 청바지에 스니커즈, 한 손엔 커피와 한 손엔 도넛을 들고 프로페셔널 한 모습으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 등등.. 그런 것을 기대하고 올라왔다
발령을 받고 올라와서 처음 본사를 출근했을 때 맞이한 모습은 마치 거대한 공장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삭막한 분위기에 조용하고 엄숙한 내부 모습. 들리는 소리라고는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와 키보드 타이핑 소리. 무엇보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보니 모두가 오전 실적 보고 때문에 바빠 보였다.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다가가 새로 발령받은 신입사원이라고 내 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드렸다. 팀장님은 잘 왔다고 환영해 주시면서, 내가 발령받은 팀이 전사 영업과 전략을 책임지는 팀인 만큼 어깨가 무거울 테니 각오 단단히 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겁을 주셨던 것 같다. ) 팀장님과 인사 후 나의 사수가 될 분과 인사를 했다. 나를 카페로 데리고 가셔서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약간의 진담과 농담이 섞인 말씀을 하셨다.
신입사원이라 아직 팀 내 모든 사람들이 어색했고, 몸에 잔뜩 긴장이 들어가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시절이었다.
상견례 같던 첫날 이후, 진짜 출근이라고 할 수 있는 둘째 날이 되었고 나는 출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미리 파악해두려 했다. 나름 일찍 출근했다 생각했으나, 이미 먼저 출근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팀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아서 해야 할 업무들에 대해 생각을 했고, 이후 출근한 사수분과 해야 할 업무들에 대한 공감 및 업무분장을 진행했다.
그렇게 한 주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팀에서 예의 없는 신입사원으로 낙인찍혔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내가 출근해서 팀 내 모든 팀원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팀원이 13~16명 정도 되고, 자리도 넓어 모든 분께 인사를 드리기가 쉽지 않아, 항상 출근하면 팀장님께 간단한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아 업무 준비를 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출근해서 인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놈이라고 찍힌 것이다. 첫 사회생활이었다 보니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인사를 해야 하는지도 사실 잘 몰랐다 보니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입이면 당연히 자리를 돌아가며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내 잘못이라 생각한다. (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사의 정도는 일일이 1:1로 한분 한분과 인사를 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순회공연 하는 느낌으로 인사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 이후부터는 출근해서 팀장님 뿐만 아니라 모든 분께 돌아가면서 인사를 했다. 첫인상이 별로 안 좋게 인식되었겠지만, 앞으로 잘해서 만회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다. 아침에 인사했던 분이라도 오후에 길에서 마주치면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다녔다. 차츰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아니면 말고.. )
지금은 회사에서 중간 연차가 되었음에도 출근하면 팀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팀원들에게도 가볍게 돌아가며 인사를 한다. 인사가 이제는 몸에 베인 습관이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꼰대도 아니고 이런 걸로 그렇게 피곤하게 굴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중에 든 생각은 사람들이 신입사원인 나를 판단하는 가장 쉬운 것이 ‘인사’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갓 본사로 와서 일도 제대로 모르는 햇병아리한테 업무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다른 대단한걸 뭘 기대하겠는가? 처음 본사로 온 신입사원이 뭐든 척척 해내는 놀라운 일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일이다.( 최소한 나와 내 주변엔.. )
“신입사원은 행동도 빠릿빠릿하게! 적당히 윗사람 눈치도 알아서 잘 보고! 좀 그래야지. 안 그래?”
신입사원은 참 힘든 존재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존재이지만, 다들 기대가 높고, 어디 한번 실력 좀 볼까? 하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근데 사실 뭘 할 줄 알겠는가? 회사에 들어와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얼마나 눈치껏 움직여야 하는지 다 알면 그게 신입인가? 경력직이지. 하지만 사회는 결코 신입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다. 그래서 신입의 삶은 어찌 보면 고달프다. 팀에서는 아무것도 몰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하는 애물단지, 사수에겐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시한폭탄, 팀장에게는 혼낼 것 밖에 안 보이는 문제아인 것이다.
결론은 신입사원으로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인사부터 잘하자.
근데 그 인사를 그냥 사수, 팀장에게만 할게 아니라 들어가서 만나는 모든 팀원분들께 순회공연 하듯 깍듯이 하자.
사실 인사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아침에 정신없는 중에 딱 30초 정도만 더 할애하면 된다.
매일 30초로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성비 좋은 행위인가?
인사 하나만 위에 알려준 대로 잘해도 주변에 괜찮은 신입 들어왔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