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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04. 2023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10월에 남길 것들, 보낼 것들

기억에 남은 것들 중 가장 나를 살리는 것에 집중하는 시월을 보내고 싶다. 해마다 이때쯤 나를 정리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며 산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나는 내가 원하는 나인가 아니면 남이 원하는 나인가.


나는 왜 읽는가


고통이 엄습할 때면 책을 편다. 내가 모자라다고 느낄 때 나를 위로하고 채워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빗장을 풀고 위로받아도 위험하지 않은 세상이다. 위로하는 에세이, 주인공이 되어 날아보는 소설, 누추하지 않은 수업을 위한 전공 서적마저 나의 위로다. 나의 뼈와 살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를 펼쳐내고 나면 다시 한번 곰곰이 읽으며 나 자신을 3인칭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내가 나를 다독이는 힐링의 시간이다. 내가 내게 말 거는 시간이다.


브런치의 글과 그 메아리, 댓글 답글로 소통한다. 글과 메아리는 딱 그만큼 돌아오는 것 같지만 넓은 울림과 퍼짐이 있다. 그 울림 퍼짐을 알아채고 마음을 나누는 댓글 답글을 지향할 것이다.


어쩌면 가상의 세상을 실제 현실로 끌어오려는 허무한 손짓일 수도 있다. 그 둘의 일치를 꿈꾸는 건, 현실의 나와 이상의 나를 일치시키려는 꿈같은 거다. 그 둘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병을 얻는 게 사람이다. 심리학을 배우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다. 일치의 노력. 나는 반드시 내가 되어야 한다.


브런치에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과 기술과 관련한 글이 많아 놀랐다. 작년 윤태영(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2019 ;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2014), 이오덕(이오덕의 글쓰기, 2017), 이강용(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2014)을 읽고 '꾸준히 써라, ' '삶의 수단으로 써라, ' '한국말 옳게 써라'를 메모해 두었다.


아이들에게 영어 쓰기를 가르치기 위해 나의 한국어 쓰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외국어는 모국어를 뛰어넘을 수 없다.


나는 왜 가르치는가


가르치는 건 매 순간마다 나 자신을 재조합하는 일이다. 재조합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배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어제의 지식으로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가르침이 항상 현재에서 시작하도록 끊임없이 배울 것이다.


질문에 생각하는 것, 다시 물어보는 것, 같이 답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아마 그래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극도의 긴장을 뚫으며 매일매일 가르치는 현장에서 살아남고 싶다.


나는 왜 사랑하는가


하루에도 많은 순간 사랑에 빠진다. 하나하나 마주쳤던 삶의 순간들을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좋은 사람과 눈 마주쳤던 순간, 보고 싶었어 꼭 안아주던 순간, 그리움에 꼭꼭 눌러 엽서에 글을 쓰던 순간, '네가 모자라' 말하며 보고 싶다 전하던 순간, 같이 글 써요 초대받은 순간, 같이 있어요 애타는 마음 용기 낸 순간, 내 마음이 이랬어 털어놓은 순간, 책 읽다가 머리를 얻어맞은 듯 깨달음을 얻은 순간...


남친에게 차였다며 내게 와 엉엉 우는 중2 아이의 등을 다독이던 순간, 지금 어떠시냐는 질문에 눈물 뚝뚝 흘리시던 한 어머님의 손을 잡아드렸던 순간, 외롭다는 아이들 꼭 안아주던 순간...


이 모든 순간들이 나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나는 투명해질 것이다.


어떻게 끝낼 것인가


오래전 노래 가사, '10월의 마지막 밤을...'이 항상 생각나는 10월이다. 가사 내용과는 상관없이 '마지막'이라니 무언가 끝내야 할 것 같은 10월이다. 부질없이 잡고 있는 어떤 일들 어떤 불안을 끝내야 할까.


물리적으로 마음 다해 하고 있는 일들이 끝을 바라보고 있다. 10월에는 글쓰기에 큰 힘이 되었던 라라크루5기가 끝난다. 왼손필사를 매일 보고하던 100일간의 쑥과마늘 프로젝트도 끝난다. 10월 31일이 딱 100일째 되는 날이다. 나는 그때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끝이라는 단어 하나에 살얼음에 베이는 듯 통증이 온다. 이 통증을 어떻게 풀어 낼건지 지금부터 생각해 보기로 한다.


10월 04일, 천사의 날, 나의 브런치 100번째 글의 다짐이다.



그림 - On the way to Key West by Yoona Sohn

기억 - 2007년 12월, 헤밍웨이를 찾아 Key West로의 드라이빙 with 아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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