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뿐사뿐 세상을 디뎌다오
네가
발레 한다고 선포하던 날
엄마는 그날을 잊을 수 없네
머릿속이 하얗게 걱정부터 되었어
몸은 막대기에 키는 삐쭉 커서
본능적으로 '오!' 감탄사 날리고는
그게 긍정인지 부정인지 말하지 않았어
네가
발레 슈즈를 샀다고 자랑하던 날
'오! 신기하다' 눈 똥그랗게 떴을 때
그 말이 응원인지 걱정인지 말하지 않았어
네 발가락이 강수진의 발과 오버랩되면서
네 관절의 고통을 내가 느끼는 것 같았지만
사뿐히 날아다닐 너를 상상하며 입 꾹 다물었어
네가
발레에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던 날
나는 너와 함께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어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흩뿌리며
환상 속의 슬픔을 몸짓으로 멀리 보내고
지금까지 눈물을 발 끝으로 총총 다지며
그렇게 높이 날아 세상 디딜 주문을 거네
네가
쇼팽의 레실피드 '공기의 요정'을 선물한 날
엄마가 본 너의 모습 중 가장 너 다웠다 느꼈어
그 오랜 뻣뻣함을 다 이겨내고 손끝을 바라보며
가여운 새끼발가락 그 통증 발끝에 모으며
네가 저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가슴으로 보았지
너는 날아오를 수밖에 없는 내 아이구나
네가
나의 딸로 이 세상에 나온 날
내가 깨어나지 않은 어둠을 헤매고 있을 때
세상에 처음 보인 해맑고 순수한 웃음으로
엄마와 첫 눈맞춤 기다려주어 참 고마웠어
세상의 찬란한 빛을 너와 오래오래 보고 싶어
세상의 좋은 시간을 너와 함께 다 가지고 싶어
https://brunch.co.kr/@heesoo-park/55
사진 - 국립극장, 하늘 극장 대기실 스크린 녹화 화면 by 딸 친구 20231008
사건 - 나는 또 참지 못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금지임에도 내 앞에서 버젓이 휴대폰 동영상을 찍던 두 사람, 참을 수 없었다. 인터넷 한구석 사건 파일로 올라올지도 모르겠다. 난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