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주량의 적절한 정의란
술의 적절한 양이 있던가
어디서 어떻게 술잔을 거꾸로 엎어
절도 있게 또렷하게 그만할 수 있었던가
술이 들락거리던 입구에 물어본다
깊이 꽂히는 알코올 도수를 기억하지만
숫자에 맞춰 취기가 오르진 않지
고량주 50도에 불꽃처럼 흘러내려
쓰디쓴 기억들도 화염으로 사라진다
꼬냑 40도에 향기 취해 몽롱하면
눈 감고 추억 세며 눈물마저 행복하다
소주 두 병 나발불면 시간이 불통이니
삶에서 이틀간은 마이너스 적자라네
주량의 등성이를 굽이굽이 넘어가며
와인의 아름다움에 취해 버린 날들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미숙한 주량에
꿈인 듯 생시인 듯 세상을 더듬는다
슬픔에 꽂히면 취하지 않는 술에
희뿌연 눈동자 비추며 원망을 쏟는다
그리움에 절절해 흘러내리는 술에
가슴 구석구석 태우며 재를 날린다
버건디 와인 두 잔에 마음 실어 보내지만
꿈길 오르는 길에 와인마저 취해가네
꿈길의 입구에서 내가 네게 전한 것은
지금과 미래를 넘은 기약 없는 약속이던가
갑작스런 막막함에 정신을 챙겨 본다
잠깐이라도 네 옆에 가만히 서 있다가
새벽 여명에 꿈이 깨 너를 두고 온다 해도
나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것만으로도 살아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네 옆에 서 있었던 그때가
나의 적절한 주량으로 남으면 좋겠다
나를 전해 주었던 그 경계의 몽롱함을
내 행복한 술의 한계로 기억하면 좋겠어
편하게 날아가 마주 보며 미소 짓고
편하게 돌아와 너와의 다음을 기약하며
그런 날의 주량으로 계속 행복하고 싶다
사진 - 채색된 말린 안개꽃 20230930
#라라크루 (1-4) #라라라라이팅 주량은 행복이 정점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