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Nov 05. 2023

근육을 찢다

0511

파괴해야 생성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가.

세포가 그렇고 근육이 그렇다.

근육이 필요해서 근육을 단련키로 했다.

가지치기를 하듯이 몸 이곳저곳의 정체된 근육을 찢는다.

동일한 동작을 십 분 넘게 반복하니 땀이 송송 맺힌다.

처음에는 하찮은 강도가 점점 그 덩치를 키우더니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하나만 더!

한 번만 더!

한계 끝에 선 순간부터는 근육이 새로운 운명으로 들어선다.

고통이 탄생이 된다.

기계에서 내려왔는데 묵직한 몸이 거칠게 호흡한다.

아령을 내려놨는데 가는 팔뚝이 불끈불끈 활성화된다.

운동할 때에는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쉬는 동안 밤새 근육이 꽃망울처럼 피어난다.

꾸준히 나를 괴롭히면 척박한 내 몸에도 근육이 무성해지겠지.


날마다의 위대함은 글쓰기에서 실감하지만 몸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욕심내기보다 만만하게 조금씩 쉼 없이 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글을 쓰듯이 근육을 다루기로 한다.

첫 문장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첫 운동에 배 꺼질 수 없다.

반복과 지속만이 깊이와 너비를 가진다.

지난한 시간을 세포는 기억한다.

급히 한 것들은 균열을 각오해야 한다.


https://brunch.co.kr/@voice4u/150

나른하면서 가벼워지는 이 기분은 운동의 희열인가.

근육이 파괴되는 굉음의 통렬함인가.

시쳇말로 분위기를 장악할 때 이렇게 말한다.

찢었다!

얌전하게 자리한 상태를 찢고 나면 이내 아름답게 아물어 이전보다 견고해진 분위기가 운동 후 근육과 비슷해서인가보다.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아닌 더 나은 생성을 위한 '찢기'를 글쓰기에서 근육 만들기까지 이어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의 정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