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고독, 관계, 노래
대학 때부터 다이어리에 끄적여 두었던 시(詩) 중 여전히 같이 살고 싶은 시들를 정리했다. 매년 서랍 속에 시체처럼 안치해 두었던 열 권도 넘는 다이어리의 매캐함에도 과거를 현재로 꺼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대학 이후 족히 20년 정도는 치열한 생존판에서 기어 나오기 위한 전쟁을 하느라 시 한 편을 제대로 못 읽고 산 회색의 시간으로 남았다.
한 편 한 편의 시를 다시 읽으면서 마음이 까맣게 되었다가 노랗게 하얗게 빨강까지 넘실 넘실 감정이 휘몰린다. 사랑하고 있었을 때도 사랑하고 있지 않았을 때도 나는 사랑을 노래했으며 항상 고독했던 것 같다. 항상 마음을 떨며 서 있었다.
관계의 미진함에 매번 좌절하고 메울 수 없는 허전함을 눈물로 메꾸었던 시절이었다. 과거의 시(詩)들이 곱게 단장하고 나의 현재로 왔다. 눈물 났던 그때였지만 아름답게 남겨두었던 시 덕분에 나의 현재 2023년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어 기쁘다.
소리 없이 눈으로 마음으로만 읽다가 귀로 듣는 시에 매료된 2023년, 시구들이 과잉 감정으로 넘치는 세속을 마주하게 되었으며 시가 가야 할 방향을 잠시 따라가며 즐거웠던 올해였다. 다시 시집을 사 기꺼운 마음에 혼자 신나서 소리 내 읽으며 웃으며 눈물 흘렸던 2023년이 가고 있다.
내가 정한 끝이 관계에 의해 조금 더 길어지고 욕심이 욕망이 되어 흐를 때 시를 읽으며 위로받으며 나 자신을 다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나는, 정말 시작될는지 의심했던 나의 2024년을 詩로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