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가 아니었네
'밥 한번 먹자'
'네, 그래요.'
그렇게 평생을 만나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 줄 안다. 그래서 누군가 '밥 한번 먹자.'그러면 대답 대신 가볍게 웃어넘겨도 대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제 그런 통함이 상식 이상의 고착된 습관이 되었다.
요즘 이상하게도 과거에 묻어 둔 사람들이 연락을 한다. 지난달, 지난주, 그저께, 오늘... 그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는 모르는 것처럼 툭툭 톡톡 그런다. 세월이 변했는지 내가 안 변했는지 '밥 한번 먹자.'가 아니더라.
'꼭 보고 싶어요.'
"꼭 연락 주셔야 해요.'
'언제 시간이 되시나요?'
이런 말들이 '밥 한번 먹자.'와 같은 의미라는 걸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꼭' 보고 싶다는데 안 보여 줄 만큼 통이 크지도 않다.
'네, 그럴까요. 저는 요 때 요 때 괜찮아요.'
지난달 연락한 사람은 보낸 톡을 읽지도 않는다. 하하하! 웃어넘기며 쓸쓸하다. 웃으며 쓸쓸한 게 이런 거구나. '꼭 보고 싶어요, ' '꼭 연락 주셔야 해요.'를 '밥 한번 먹자.'와 같이 동급으로 몰아넣어 두었다.
'언제 시간이 되시나요?' 꽤 직접적인 만남의 갈증이라 이해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요 때 요 때!
오늘은 아직 멀었으니 기다린다. 기다려야지, 당연히 기다릴 거다.
하지만 고도의 촉수동물인 나는 '밥 한번 먹자.' 팀원이 계속 늘어날 것만 같다.
나는 빈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만나요, 날짜 시간 알려 주세요. 나는 벌써 거기에 가 있다.
만나기 전까지 판타지 행복, 만나면 실체의 인연이 된다.
빈말하며 머뭇거릴 시간 따윈 없다.
사진 - 종로 반쥴 4층 위스키바 올라가는 통로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