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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01. 2023

고전문학감상 북클럽

살아갈 힘 진하게 얻었던 그리운 시간들

카페 내의 소모임에서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더 크게 사는 일입니다.


카페의 인문학 독서 모임은 그 당시 저의 취향과는 조금 다른 책들이 인기여서 뒤로 물러서 있던 중이었어요. 저는 한병철에 빠져 마냥 행복해하고 있었거든요. 현실적인 존재론적 철학에 뒤늦게 발들여 놓고 고투하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무엇이든지 전쟁하듯 사는 습관, 다른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그 습성은 저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지만 저는 그것을 자유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 인문학 리더의 원서 한번 읽어 볼까요에 끌려 들어갔고 The Selfihs Gene(이기적 유전자)에 전의를 불태웠어요. 30년 전쯤 번역서로 읽으면서도 어려웠다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끝내주고 말리라 하고요.


2022년 5월부터 6주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역시 거대한 생물학적 이데올로기였어요. 평상시에는 하지 않던 촘촘한 내용 정리를 하면서 지식도 쌓아가며 매주 두툼해지는 그 시간들에 만족하고 있었지요.


각주를 읽으며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는 즐거움, 도킨스와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인 데스몬드 모리스와의 우정, 데스몬드 모리스가 그려준 책 표지 삽화 등 새롭고 사소한 부분들마저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영어 학원 카페의 소모임에서 같이 원서를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만일 저의 학생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떻게 시작할지 진행할지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차 더욱 보람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이기적 유전자를 마치고 '고전문학감상(CLAP, Classical Literature APpreciation) 북클럽'이 공식적인 카페 소모임으로 열리게 된 건, 인문학 리더가 남긴 Jane Eyre (제인 에어) 관련 짧은 댓글과 문학에 일가견이 있으신 슈가영어 원장님의 답글 대화가 시작이었어요.


슈가영어 원장님, 저를 카페 모임으로 초대해 세상으로 연결해 준 분이에요. 우리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전에 읽었던 저의 Jane Eyre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는 찜찜함을 풀고 싶기도 해서 초기 멤버로 들어갔어요. 세 명의 시작이었고, 줌에서 만났고, 오프 카페에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후 2기부터 다른 멤버들과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Cathedral)을 읽으며, 진저리를 치면서도, 더럽지만 이겨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고 멤버들과 나눈 생각으로 더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리더가 이끌어 준 다채로운 방식의 정리와 낭독, 필기체 필사는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사고가 확장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고, 저의 아이들과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을 실행으로 잇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에도 마음이 벅찼습니다.


이번 2023년 여름방학 프로젝트로 했던 원서 낭독, 필기체 필사는 저의 교습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며 즐겼던 활동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읽고 만나고 저의 삶으로 끌어다 쓰는 독서는 훌륭한 저의 양식이 됩니다.

2022년 Jane Eyre 필기체 필사 활동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의 원서 독서 후 필기체 필사 활동


카페 매니저의 이상한 정책으로 갑작스럽게 '고전문학감상 북클럽'이 중단되었어요. 저는 길을 잃고 헤매며 좌절했고 화가 났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카페에 글을 쓰는 것이었어요.


카페 매니저에게 '네 그릇이 왜 그렇게 작냐, 그 모양이냐' 하며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욕바가지를 날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카페 내에선 돈 얘기하며 돈 벌 생각을 나눠야 하는데, 책을 너무 골몰해서 읽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합니다.




고전문학감상 북클럽의 다음 책을 사두고 표지만 여러 번 만지작거렸던 시간들, 마음을 진정시키며 읽고, 얼마 전에 이곳 브런치에 간단하게 후기를 마쳤습니다. 그 원서 여정은 줌파 라히리의 Interpreter of Maladies(질병의 통역사)였습니다.


이제 저 혼자 고전문학감상 북클럽을 마음에 품고, 쏠로 독서를 당분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매번 강조하는 '자기 주도 원서 독서, ' 저도 꾸준히 도전하려고 합니다.


제게 큰 삶의 가치와 흔적을 남겨준, 고전문학감상 북클럽 그리고 리더, 슈가영어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진 NickyPe_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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