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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r 17. 2024

우아한 탱고

꿈꾸는 낭송 공작소 북토크, Mar. 2024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실수하고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예요.

- Frank Slade (영화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1992)


매번 두렵다. 2024년의 3월 북토크는 처음이니까. 항상 넘어지고 실수하니까 더 두렵다. 하지만 탱고에서는 실수가 아니라 그 자체가 탱고가 되니 그냥 흐르듯 즐기면 된다. 그 두려움을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으로 받아들여 편안하게 한번 해볼까 용기 내도록 나를 돋운다.


왜 탱고가 생각났을까. 탱고는 가깝지만 사이를 두고 추는 춤이다. 뜨겁지만 우아하게 유지하는 몸짓이다. 서로에게 흐름을 의지하면서도 스스로 따라가며 리듬을 타야 한다. 실수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리듬 속으로 스며들어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마무리된다.


내가 했던 버벅대는 실수를 다른 분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겐 '꿈꾸는 낭송 공작소 3월 북토크'가 우아한 탱고다. 실수는 비밀이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높은 확률에 벌써 좌절한다.


감수성은 공감력 (p.61)


상대의 느낌을 이해하고 한 발 더 나가도록 해주는 힘, 그런 감수성과 공감의 시간이었던 북토크였다. 스스로 리더로서의 공감과 소통 능력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다. 나의 중심이 서 있지 않는 한 어떠한 시간도 제대로 마주 보고 서 있을 수 없다는 걸 고 있으므로 항상 마음이 묵직하다.


15년 이상 모닝레코드를 하는 분의 매일 낯섦에 대한 깨달음과 도전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저 깨달음의 순간들얼마나 경이롭고 가슴 뛰었을까. 나를 돌아보며 아직 미진한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윌리엄 아서 워드(William Arthur Ward)는,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The mediocre teacher tells.), 좋은 선생님은 설명해 주며(The good teacher explains.), 우수한 선생님은 실증해 주고(The superior teacher demonstrates.), 위대한 선생은 영감을 준다(The great teacher inspires.)고 했다.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내가 가장 잘 안다. 가슴에 손을 얹는다. 내 삶을 먼저 내가 본받고 싶은 모델로 만들어야지. 그러면서도 여전히 상상력과 반항으로 도발하며 촘촘히 살 거다.


기분도 생각 (p.83)


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매우 충실하게 사는 다소 원시적인 사람이다. 왜냐면 나 또한 '어떻게 생각 없이 기분을 다 쏟으며 살 수 있냐'는 말을 종종 듣기 때문이다. 기분의 혼란은 미숙한 생각으로 표현되고 그 생각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시된 채, 내가 기분대로만 한다고 함부로 속단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안다.  


나는 '기분도 생각'이라는 부분을 읽자마자 흠, 제법인데? 기분이 생각인걸 아는 사람도 있구나 했다. 소녀와 동일시하며 공감하는 순간 북토크의 충격이 그곳에 박혔다. 이숲오 작가님이 설명하는 그 막막함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더 초점을 맞추어 공감하는 F유형이라는 분석에 나는 이방인처럼 헤매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자라면서 시에 대한 진지함과 감성도 가졌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생각 없이 기분으로만 행동하냐'는 표현이 가능한 걸까. 북토크를 마치고 나와 거리를 걸을 때 눈에 들어온 간판이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Lie Lie Lie...


남녀의 미묘하고도 미세한 갈등을 유형으로 분석하는 분의 말씀을 듣고 관계는 풀리지 않을 엉킨 실타래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구상에 80억 개가 넘는 MBTI 유형을 마주했다.


꽃과 굿즈와 깊은 행복

꽃의 결이 눈으로만 보기에도 무척 곱고 신기해서 손으로 만져 보았다.


꽃을 받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는 플로리스트에게서 온 한아름 꽃다발, 아름다운 마음과 메시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먼 곳에서 온 꽃을 안고 함박 기쁨에 사진 찍는 이숲오 작가님을 보았다. 왠지 낯설면서도 저 순간을 선물하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속으로 한번 더 드렸다.


시간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북토크였다. 항상 모이는 시간을 인원으로 나눈 것보다 더 깊은 진심들이 오고 간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과 같이 하며 성장하고 있다.

하얀 지우개가 달린 육각형의 초록색 연필을 굿즈로 받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노랗게 새겨진 '소설 <꿈꾸는 낭송 공작소> 월간 북토크'라는 책임감을 나는 왜 느끼는 것일까.


이 연필을 나의 영어교실에서 <꿈꾸는 낭송 공작소>를 읽는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할 것 같아 벌써 흥분된 마음으로 들썩들썩한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고 나누는 이 큰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행복은 그저 이런 것이다. '3월 북토크+α'의 근사하고 화려한 색깔들이 머릿속에서 여전히 춤추고 있다. 나는 개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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