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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17. 2024

아침 도서관

이백 아흔두 번째 글: 일찍 오니까 좋긴 좋습니다.

아침 일찍 공공도서관에 왔습니다. 9시에 문을 여니 대략 4분쯤 남았습니다. 8시 56분, 그리 이른 시간이라고 보긴 힘들겠습니다만, 일요일 아침에 이 시간에 움직인다는 건 다소 빠르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평소 같았다면 아마도 아직 누워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니까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으니, 어쩌면 오늘은 작은 벌레라도 한 마리 잡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중간 출입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안 되었으니 문은 열려 있어도 밀고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 정도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시간이 안 되었는데도 출입문을 열고 입장합니다. 1층의 커피숍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걸 보니 도서관 직원들인 모양입니다. 그들이 들어가든 말든 줄은 선 사람은 하릴없이 9시 정각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 줄을 서 있습니다. 그중에 저는 세 번째입니다. 머리가 희끗한 한 남자분이 줄을 무시하고 맨 앞에 가 섭니다. 사실 이럴 때에는 '분'이라는 말도 쓰기 아깝습니다. 마음 같아선 '놈'이란 말을 갖다 붙이고 싶지만, 못해도 저보다 열댓 살은 많이 보이는 사람입니다. 나이를 헛 먹는 사람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나는 나이가 들면 저러지 않아야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그때 가서 저 역시 저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할지는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9시 정각이 되었습니다. 중간 통로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엘리베이터로 향합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서두르는 사람도 더러 보입니다. 충분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 여는 시각보다 일찍 와서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겠습니다. 3층에서 절반의 사람들이 내리고, 4층에 내릴 대기자 중 제가 맨 앞에 섰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텅 빈 노트북 좌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디일까, 고민하는 동안 누군가가 잽싸게 한 자리를 선점합니다. 더 머뭇거려선 안 된다는 지령이 본능적으로 저에게 떨어집니다. 그 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 중 가장 좋은 자리라고 보이는 곳에 둥지를 틉니다.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고 부팅을 시도합니다. 바탕화면에 부팅 대기 표시가 돌아가는 동안 휴대폰을 노트북 USB 포트에 연결합니다. 급속 충전 시설이 좌석에 부착되어 있지만, 제가 앉은자리에서는 오른쪽에 있기에 불편하다 싶어 노트북에 연결합니다. 왼쪽에는 휴대폰, 오른쪽에는 마우스가 와야 균형이 잡힙니다. 부팅이 되고 나서 브런치스토리 아이콘을 클릭합니다. 이제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오늘은 몇 편의 글을 쓰고 가게 될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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