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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r 18. 2024

유창한 영어 말하기

3,000시간과 10,000시간의 의미

우리나라와 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곳에서 유창하게 말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이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어요. 숫자로 명확하게 나타내는 것은 언제나 위험이 따르지만 지금까지 학자들을 만나 오면서, 그리고 저 또한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숫자와 관련된 부분을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오늘은 시간 이야기만 간단히 하겠습니다.


3,000시간

외국어 학습 전문가인 스테판 크레션 박사는 “한 가지 언어를 습득하려면 뇌가 청각을 통해 해당 언어에 3000시간 정도 연속 노출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언어를 익히려면 하루 4시간씩 2년(730일) 동안 꾸준히 들어야 2920시간, 약 3000시간이 채워지는 셈이다. 이 정도는 들어야 언어 습득을 위한 준비가 된다는 것. - 경향신문 (2010년 2월 15일)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3,000시간이 '언어 습득을 위한 준비'시간이라는 겁니다. 모국어 습득을 예로 들 때, 태어나 아이가 말하기와 쓰기를 제대로 하기 전까지 주위로부터 언어의 소리를 들으며 대부분 이해가 되는 때까지 3,000시간 가량이 채워지는 거예요.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3개월 이후부터 '웅웅'거리는 소리부터 듣기 시작해서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3~4개월 전에는 모국어의 억양을 알아듣고 세상과 유대를 쌓을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와 주변 사람으로부터 소통을 위한 의미 있는 언어를 접하면서 본격적인 언어 습득 과정으로 들어가지요.


우리가 오해하는 건 무조건 단어 문법 외우고 암기하고 시험 보는 시간이 모두 습득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습득에 주는 영향은 아주 아주 작아요. 소통을 위한 영어를 하고 싶다면 듣기부터 시작해서 말하기를 먼저 해야 하는 거지요. 들으며 즐거워야 하고 들은 것에 대해 의미 있게 대꾸하며 말하기를 해야 합니다.


중학교 때, I'm a boy. You're a girl. Are you a boy? Are you a girl?이라는 문장을 따라 읽으며 배운 세대는 의미 있는 소통과는 다른 목적으로 영어를 배운 거예요. 저런 질문은 언제 어디서 하는 걸까요?


학교에 들어가 쓰기부터 익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어유치원이나 기타 환경에서 놀이식으로 듣기와 노래를 통한 소리 내어 발음을 학습하는 정도로는 습득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요.


그래서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며 즐겁게 무의식적으로 모국어처럼 언어를 습득해야 한다는 Stephen Krashen의 이론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영어를 수십 년을 배웠는데 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걸까요? 의미 있게 듣고 들은 것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서는 여기에다가 소리와 함께 읽기를 통한 의미 있는 소통을 추가해서 영어 습득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엄마표 영어가 성공한 경우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엄마표 영어 성공 뒤에는 엄마의 어마어마한 노력과 헌신과 땀과 때로는 '강압과 협박(?)'이 숨어 있지요.


10,000시간


어떤 기술을 장인의 경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숫자입니다. 영어를 배우는데도 원하는 부분을 잘하기 위해 힘들어도 스스로 자연스럽고 즐겁게 동기부여 해가며  10,000 시간이 채워지면 스스로 원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단순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원어민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영어 선생을 구할 때 구인 광고에 '영어권에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을 조항에 넣기도 합니다. 이 경우 영어권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 하루 8시간 정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환경에서 소통하며 지냈을 거라는 추정을 합니다. 그 5년의 시간이 대략 10,000시간이지요. 영어권에 20년을 살아도 꾸역꾸역 필요한 소통만 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겠지요.


10,000시간의 법칙 by 한국심리학신문 (The Psychology Times, 2021년 11월 11일)


다음 이야기


한국이라는 비영어권 환경에서, 습득을 위한 진지한 소통의 시간인 3,000시간, 10,000시간을 염두에 두고, 처음 영어를 시작할 때 어떤 환경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멀티미디어의 발달과 각종 온/오프라인 모임 등 요즘은 유학을 가지 않아도 원하는 언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은 많습니다. 다만, 우리는 각종 온오프로 '방법론'을 찾아다니다 지쳐 지레 포기하거나, 작심 삼일로 끝나거나, 무작정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영어로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야 해요.


무엇을 배우든 성실함과 꾸준함은 기본입니다. 배우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고 좋아하면 효과는 배가 되지요.




최근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어 습득 이론을 가르치면서 한국 상황과 맞는 방법을 토론할 때 꼭 언급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영어 이야기는 이 학자들의 이론에 근거하여 쉽게 풀어갈 예정이에요.


Stephen Krashen(언어학자, 1941~ )의 Comprehensible Input (이해가능한 인풋) 이론과 Nina Spada (언어학자, 1953~ )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 2018년 MIT의 Steven Pinker(인지심리학자, 1954~ )등이 같이 연구해 나온 결과인 Hartshorne, J. K., Tenenbaum, J. B., & Pinker, S. (2018). A critical period for second language acquisition.입니다.



Speak English!

Don't just learn how to s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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