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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pr 24. 2024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Saving Normal)

[책] 앨런 프랜시스 저, 김명남 옮김, 2014, 사이언스북스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하는 바람에 이제 건강한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올더스 헉슬리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을 향한 경고다.


병원의 정신과나 심리  상담을 하는 곳에서 사용하는 '정신 장애 진단 평가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5판이 미국에서 2013년에 출판된 지 10년이 지났다. 이 책,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Saving Normal)'이 2014년에 출판되었으니 고발하는 통계 수치는 더 심각하게 늘어났으리라.


사람의 마음과 정신의 모습을 다루고 개인적 사회적으로 심한 불편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돌보고자 만들어진 편람이지만 그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이거 뭔가? 세상 사람들을 다 잡아다 정신 장애로 분류할 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DSM-5판은 사람을 보호하려는지 제약회사와 놀아나려는 건지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진단 인플레이션을 초인플레이션으로 만들었다고 비난받고 있는 중이다. 정신병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소아 양극성 장애가 40배, 자폐증이 20배,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 장애 3배, 성인 양극성 장애는 2배가 늘었다. 전체 어린이의 10퍼센트가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 장애에 해당하며, 아이 2000명 중 1명꼴로 자폐증 진단을 받던 것이 지금은 미국에서는 80명 중 1명, 한국에서는 38명 중 1명꼴로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 편집자 리뷰


DSM-IV와 5판을 비교 분석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정신 장애로 몰아넣겠구나 생각했었다. 일상적으로 충분한 정상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시대에 발맞춘 건가. 한동안 공포스러웠고 우울했다.


DSM-5에는 14개의 새로운 장애가 신설되었고, 7개 장애가 삭제되었다.


새로 신설된 정신 장애 조항들 중 나의 관심을 끈 건 세 가지로 아이들, 기분, 그리고 먹는 것과 관련한 정신 장애 진단이었다.


DSM-5판에서는 특히, 아이들이 정신 질환자로 분류되는 확률이 많이 높아졌다.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 장애 등을 광범위한 발달 장애를 포함해 자폐 스펙트럼장애로 통합되었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의 기준 연령이 만 12세 이전으로 변경되어 장애 진단 범위가 넓어졌다. 앞으로 많은 수의 아이들이 이 장애에 포함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기분과 관련한 것으로는 양극성장애 진단 기준으로 새로 포함된 '기분, 증가된 에너지, 활동'인데 짜증내면 우울, 기분이 나아지면 조증으로 정신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불안과 관련한 장애에서 강박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이 새로운 항목으로 진단 범위를 구체화시키며 넓어졌고, 분리불안장애와 선택적 함구증을 진단분류에 포함시켰다. 또 '18세 이전 발병'이라는 연령 기준을 없애고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는 진단 기준이 추가되었다. 확장된 진단 세계다.


먹는 것과 관련한 정신 장애는 식부진증(Anorexia)과 폭식증(Bulimia), 두 가지였다가 '반복된 폭식'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과 시간에 먹는 것보다 아주 많이 먹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먹을 때,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 때에도 많이 먹을 때 이 정신 장애에 포함된다. 체중 증가가 두려워 체중 증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속적인 행동을 하는 우에도 정신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 내 주위에도 있그들이 정신 장애라고? 새롭게 포함된 정신 장애, '반복된 폭식' 진단 기준이다.


물론 이들 장애 진단까지는 세부적인 상황, 지속되는 시간과 출현 횟수 등이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들이 의사나 상담사에 닿기까지 자기 보고식이다. 부정확할 수 있고 주관적일 수 있다. 매우 세심하고 지속적인 자기 관찰이 있은 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진단을 받기 전 알아야 할 지침(p.333-350)을 소개하고 있다. 꼼꼼하게 기록하여 의사와 편하게 협동하고, 스스로 지속적으로 검토하며, 자기를 혼자 온전히 인식하는 것이 부족하므로 사랑하는 가족이 같이 진단이나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갈등과 문제가 많은 가족 구성원은 더 해가 될 것이다. 섣불리 진단이나 판단하지 않으며 유행하는 진단과 제약 회사를 경계하라고 한다.


요즘은 우울증, 아동뿐 아니라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건망증, 자폐증, 사회공포증, 폭식이 유행하는 시대다.


신경질적 성향, 정상적 노화 증상, 애도의 우울, 열정이 장애가 되고, 내과적 질환도 정신 장애에 포함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정상 범주의 풀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내가 받아들인 건 자연 치유력의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속의 사회다.


우리 대부분은 충분히 정상이다. - 에필로그(p.403)



▣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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