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 가지 주(週, 酒, 走)로 다시 시작한다.
한주(週)를 새로 시작하는 나의 일요일, 월요일이 주의 첫날이 아니어서 항상 한 주를 여유 있게 시작한다. 지난주 평가와 반성, 그리고 계획을 세운다.
일을 마치고 나면 근육을 나긋하게 만들 주(酒)량을 확인하는 날이다. 대부분 순한 13도 안팎에서 거닐고 노닐지만 마음이 튈 때는 40도 이상으로 간다.
오늘 분기탱천, 말하고 싶은 주(走)는 달리다가 얻어걸린 불운에 관한 얘기다.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리며 마음을 낚시하는 일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목 라이킷, 두 줄 라이킷, 본문 라이킷 구분에 확실한 편이다.
핵심은 본문이므로 진짜 털어놓고 싶은 말은 깊숙하다. 그래서 고르며 털어 낸다. 알차다.
내달린 기억이 없는 곳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범칙금을 낼건지 과태료를 낼건지 정하라 한다. 난독증일까. 위반 운전자 확인, 미확인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위반 운전자가 확인되면 벌점 30, 범칙금 12만 원
위반 운전자 미확인이면 과태료 13만 원, '벌점 없음'
빨갛게 두꺼운 글씨로 '벌점 없음'이 인쇄되어 있다는 건 13만 원을 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인가.
나는 신호위반에는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잦은 주차위반, 인정하고 또 인정하며 고지서 받으면 반성과 동시에 바로 쏜다. 즐거운 세금으로 좋은 곳에 쓰이기를 바란다.
그곳을 지난 기억은 있지만 빨간 신호등은 그냥 지나친 기억이 없다. 그것도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니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어린이를 사랑하는 내가, 어린이를 가르치는 내가 보호구역에서 내달렸다는 말인가.
7월 초에 받은 위반 통지서를 줄곧 들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속 통곡을 했다.
기능을 안 하려는 기관이 느는 건가. 뇌가 몰상식하여 치매가 오고 있는지, 눈이 몰지각하여 제대로 제때에 잘 보질 못하는지, 태생이 몰인격하여 사람답지 않게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벌점이 30점이나 되는 범칙금보다 만원 더 비싼 과태료를 내는 데 까지는 나 자신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냥 지나쳤다는 그 신호등이 기억에 없다.
여유작작 통지서를 둘러보니 내 차 조수석이 하얗게 가려져있는 것도 새롭다. 내 차 앞모습이 얼마나 멋진데 한쪽을 가리냔 말이다. 게다가 운전석에 누가 앉았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앉든 상관없이 차 주인에게 통지서가 날아간다는 메시지도 정감 있다.
그리고 내가 내는 과태료가 일반회계라는 것도 신기하다. 이런 특별한 사건에 일반이란 말이 괜히 심통 난다. 내겐 정말 이런 과태료가 특별 중 특별이라고 경찰서에 뛰어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그래, 결국 내야겠지.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꼭 반드시 낼 거다.
자율 주행차를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