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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26. 2024

못 미치는 시간

[영시] 먼지처럼 자욱

내가 쓴 글을 하나도 못 알아먹겠어서 매번 절독하겠다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래 놓고도 읽을 거면서.


극단적인 평가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런다. 자기 이야기도 치채지 못하사람의 시간을 나는 거기에 박아두는 걸까. 그건 아마 그가 읽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려는 때문인 걸 거다.


내가 내 글을 다시 읽다가 고독하다. 그에 대한 애틋함을 박아두었는데 그는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 그런 외로움이고 허무다. 떨어져 누렇게 바래 쪼그라져 잔 바람에나 흔들리며 쓸쓸한 공간을 차지하는 나뭇잎처럼 말이다. 가을이 온다.


하지만 나를 재회하는 나는 그때의 마음의 온도와 지금의 쓸쓸히 비어버린 마음에, 그럼에도 남아 있을 미지근함이라도 느끼게 되기를 바라는 거다. 나도 변하니 네 시간의 온도도 변하는 거다.


3과 4의 차이다.

3과 4를 가진다.



내가 너를 썼으니 알아달라는 음소거 눈빛은 소용을 잃은 지 오래다. 바쁘니 어깨를 붙잡아 돌려세워서 눈을 보며 알아달라는 건 짜증으로 치워지고, 마음 쓴 이는 글 쓴이의 흔적보다 못한 미련으로 버려진다.


무엇이 소중한가에 대한 담론은 뿌옇게 익사하고 숨통이 조여드는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산다.


못 미치는 시간을 잇고 싶어서 미치려고 하다 정작 미치고 나면 더한 상처로 미치고 말겠지만 그 닿지 못함을 참고 살다가 혼자만 미치고 있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닿고 나서 통증에 태워지며 재로 날아갈지라도 그게 사는 거다 하는 거다. 독하게 미치는 게 미치는 거다 하는 거다.


'미치는 거'다. 못 미치는 게 미칠 것 같아 미쳐야 한다. 미칠 거다. 내 방식대로.


I will be the one

who reaches

up to you

...

definitely,

absolutely,

clearly,

decidedly,

certainly,

easily,

finally,

obviously,

surely,

undeniably,

unmistakably,

unquestionably

...

someday



글쓰기는 미치러 가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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