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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29. 2024

낯선 그런 적

Jamais vu, 자메뷔, 미시감

분명 나도 겪은 일인데 아이들을 통해 보니 두렵도록 낯설다. 아이들의 꿈과 웃음을 같이하고 싶어 열었던 나의 공간이 너무도 낯설다. 


거의 매일 거기에서 있었는데 이질감에 어쩔 줄 모르는 그런 미시감(未視感, Jamais vu, 자메뷔)에 앓고 있다. 


아이들이라 뭔가 더 빨리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다급함에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예민하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불안하고 흉흉하다. 명확하지 않은 시끄러운 잡음들로 가득 차 정갈한 생각이 들어갈 여력이 없다. 


'흉흉'이라는 단어를 쓰자마자 사는 동안 많이 마주쳤을 텐데도 거리감이 느껴져 몸서리를 쳤다. 잔인하거나 극도의 공포를 주는 말로 알았다가 사전을 들춰보고는 한숨을 쉰다.


흉흉하다: 물결이 세차고 물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분위기가 술렁술렁하여 매우 어수선하다 by 표준국어대사전


온갖 비유를 다해가며 흉흉하고 싶다, 지금은. 한바탕 겪고 나면 잔잔해질 것이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될 수 없는 나 자신을 감고 이해하고 책임질 준비를 한다.


시험 준비 자료를 줄 때마다 내게 배우러 오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결국 인내력과 집중력 싸움이어서 스스로 해도 충분할만한 아이들까지 불러내 묵묵히 꾸역꾸역 뇌를 채우는 걸 보는 것이 괴로웠다. 


챗지피티가 마구 생성해 낸 것 같은 건조한 시험 난이도에 현실이 떠나고 있다.


결단을 하고 하나씩 설득해 내보내고 있다. 나의 마음을 머리와 가슴으로 책임지는 중이다.


아이들과 꿈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부모와 아이들의 꿈에 대해 상담했다.


'아이들은 결국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꿈으로 갑니다. 더 많이 따뜻하게 응원해 주세요.'


건축가가 되고 싶은데 의사가 되라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변호사가 되라고?

댄서가 되고 싶은데 교수가 되라고?


상상력의 무한대 속에서 꽃과 열매를 피울 아이들의 미래를 부모의 못 이룬 욕망으로 허비하는 것이다. 지금의 잣대로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는 건 아이를 가장 무례하게 대하는 거다. 아이는 독립된 세상이다. 


상담을 마치고 눈물이 났다. 오히려 추슬러야 하는 약함은 내게 있었다.


아이들은 강하다.

아이들을 믿는다.


내가 그런 소문에 말릴 거라는 걸 누군들 알았을까. 자책해 만든 소문은 나를 책임지는 시초다. 안에서 폭동하는 소문이 미시감의 근원임을 깨닫는다. 


'네가 아닌 너로 너무 진지하게 계속 살지 않아도 된다.'라고 내가 퍼뜨렸다는 소문은 내게 하는 경고였다. 폭발하지 않도록 소문의 꼭지를 틀어쥔다.


거의 7년을 같이 보낸 아이와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할 것이다. 손을 꼭 잡고, 눈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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