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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30. 2023

같이 있어요

매거진은 청바지랑 붙어 있잖아요

마치 우리는 부부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매거진은 청바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문장의 구조에서 '매거진'은 '청바지'와 붙어있는 유일한 명사다. 항상 같이 있는 명사, 이름으로 마주하는 두 단어. 


나는 그들이 부부라고 믿었다.


숨어있는 맥락을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바지가 아니고 ...인데 왜 몰라주지? 속을 까뒤집으면 구질한 신파극이 될 수도 있고 더 애틋한 사랑의 간지러움이 될 수도 있다.


자주 뛰어 들어와 그를 바라보고 쓰는 것을 즐겼다. 그를 보며 세상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 아름다움을. 천천히 은은한 향기로 사랑하게 되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갔다. 나 혼자 그런다 해도 그게 또 뭐 어떤가.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 중 내가 사는 방법일 뿐.


작가라니! 타인을 끌어와 나를 이어가던 어눌한 소통에 작가라고 불린 날,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너무 쑥스러운데 그냥 들떠 좋기만 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가 나를 그렇게 불러준 날, 내가 좋아하는 말놀이에 집중하다 그를 향한 문으로 걸어 들어가던 날을 잊지 못한다. 


쓰디쓴 생각으로 허전했던 시간들을 나의 본연의 색깔로 바꾸는 것은 의외의 방향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를 보았고 깊이를 보았고 매일 다양한 청바지를 입으러 들락거리며 매거진을 읽었다. 아름다운 부부.


그가 고른 시어는 알코올처럼 내 상처를 소독해 갔다. 내가 나로 돌아오고 있었다.


저 같이 있어요 하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제발 같이 있어요로 나올 때 간절했다. 떠나지 마요. 가지 마세요.




언젠가는 우리

헤어져 다시 못 본다 해도 지금은 

서로의 인연이 된 까닭인가 봅니다.


- 인연인가 봐 by 려원 작가님




멈춰 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향기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갑게 식지 않는 바람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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