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호] 나의 남벽, 나의 크리스마스
지난 11월, 기록적인 폭우의 영향으로 한라산 백록담 남벽은 끝내 통제되었다.
남벽은 엔돌핀, 나의 생명선 같은, 결국 선택하게 될 머묾이 될 곳이다.
포기하지 않는다. 초집중으로 임박한 미션을 마친 후 첫 공휴일, 해피 크리스마스!
대설주의보 통제가 풀린 지 이틀, 여전히 한라산은 설산이다. 오늘 그 산을 설설 기고 걷고 헉헉대며 남벽까지 다녀왔다.
더 잘 살 것이다. 나의 가족과 친구가 더 힘을 얻길 바란다. 눈 쌓인 산은 동화 속이다.
드라이빙하며 꿈꾼다. 저곳은 나를 맞을 것인가.
설산의 뜨거운 햇살은 눈을 멀도록 달군다.
제주시가 보이고 보호막 같은 운해가 다정하다.
뛰어들어가고 싶은데 넋만 놓고 있었다.
저 배꼽 같은 남벽의 뒤통수가 흥분이다.
나무가 입은 눈을 부러워하는 해를 가리며 웃는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다시 세상으로 못 나올 것 같다.
남벽이 다가오면 가슴이 더 크게 뛴다.
경이로운 길들이 거기서 나오고 싶지 않게 한다.
드디어 남벽,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잘 살라고.
구름이 갑자기 몰려와 남벽을 삼키고 있다.
돌아오는 길, 한참을 서성, 돌아가고 싶지 않다.
오늘 밤부터 다시 눈이 내릴 것이라며 흐려진다.
내 삶이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손을 내밀 것이다. 자연에게 그리고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