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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by 희수공원

매일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지키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는 것이 그 이전 치열하게 계획을 실행하며 살았던 시간과 대비되었다. 갑자기 너무 느슨하게 사는 게 아닌지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현재가 오는 그대로 시간을 즐겼다.

동후에게 결혼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고 싶어 희서는 강의를 마치고 준하를 불러 함께 동후를 만났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희서가 흥분을 터뜨리려 하고 있는데 동후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해. 지난번에 정리한 책들은 모두 버리거나 미리 옮겨 두었어. 실험이나 연구를 하려면 학교에서 보낼 날이 많아서 그게 효율적일 거 같아. 그리고 희서도 집에 더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말이야."

희서가 동후를 불편하다 여긴 적은 없었다. 아파트가 희서의 소유라서 동후가 세 들어 사는 듯이 느낀 적도 없었다. 항상 희서를 지지하고 아껴주고 먹여주고 대화하는 친구, 동후였다.

오히려 준하가 동후를 말렸다. 이사가 번거롭기도 하고 동후 학교가 그리 멀지도 않은데 기껏해야 1, 2년 있을 수 있는 기숙사로 들어가는 게 더 나은건지 모르겠다며 한번 더 생각해 보라 했다. 희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동후는 마음을 굳힌 듯 별다른 대답을 하진 않았다.

희서는 문득 빈집에 들러야 하는 시간이 싫어질 것 같았다. 갑자기 외로움과 슬픔이 울컥 올라왔다. 그러면서 바로 자신이 동후에게 얼마나 큰 보살핌을 받아왔는지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떠나지 않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네가 편한 대로 하도록 해. 네가 있는 집에 오는 게 언제나 좋았어. 지금처럼 지내면 나는 가장 좋겠지만 어쩌면 그건 나만 생각하는 내 욕심일지도 모르니까. 미안하고 고맙고 그러네."

동후의 편안한 미소에 희서는 마음이 놓였다. 동후가 어떻게 결정한다 해도 진심으로 잘했다고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논문 준비로 들어가는 동후가 몸과 마음이 얼마나 바쁠지 희서는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동후야, 우리 결혼할 거야!"

"오, 축하해! 언제? 어디서?"

동후의 축하한다는 말에 준하가 희서를 바라보며 웃었다. 준하가 희서와 결정한 결혼 방식에 대해 말을 꺼내자 동후는 입을 벌리고 말을 못 하다가, 참 너희들답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실시간 온라인 웨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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