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5-5
푸른 안식처, 우울한 피난처로 읽히는 '블루 헤이븐, ' 그 푸르고 미완성인 매일의 불안함을 안는다. 조금씩 기울어지는 감성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제 정말 끝이라 생각하니 가눌 마음도 다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이렇게 허전하다니, 상상하지 못했다.
눈을 뜨면 가끔 흑백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당황 속에 기다리는 색깔이 있다. 책 등마다 다른 색깔, 다른 모양, 다른 폰트에 하루의 기대가 스민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은 어떤 색깔일까.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수놓을 관계의 종료를 예고한다. 이상하게도 꿈에서 내내 통곡을 한 듯 부은 눈이다. 눈두덩이에 수를 놓아서 그런가 보다.
내 소설의 그녀는 남은 사람들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조용하게 마무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명확한 의지와 미래의 시간이 슬퍼질까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다른 방향을 보아야 하는 것은 고문의 삶이다. 존재만으로 사랑하는 것이 대체 가당키나 한 건지 소설 속의 동후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그런 비현실이 현실이 되어야만 하는 사랑은 엄연히 존재한다. 자꾸 밀어낼수록 어디로 떠내려 가는지 알 길은 더욱 없다.
현실 속 나 자신의 누추를 고결한 듯 더 깊숙하게 묻으며 살아가는 방식으로 글을 써온 것도 같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나는 고결은커녕 공허 속에서 소설의 동기와 시작과 그 푸른 안식처를 마무리한다.
오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서 깊은 시간들을 행복하게 다 지나와 문득 깨달은 고독으로 유서 같은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그러길. 내일도.
현실의 비루와 글로 써 내려간 이상의 차이가 클수록 예술가가 된다. 그래야만 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상처를 덧내며 새로운 고통을 견뎌야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