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by 데이비드 린치 감독
다시 들을 수 있는 소리, 반복이 가능한 공간,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 뛰어넘을 수 있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의 전복으로 재조합이 가능한 그 다차원적 이미지에 대한 아름다운 미장센에 놀랐다.
원색으로 반사되는 방, 사각의 상자, 각진 키, 붉고 음흉한 웃음들, 심장을 뒤집을 듯한 표정과 노골적인 애증의 다른 방향들이 칼날로 스치며 편견으로 다져진 내 지루한 결론을 발기발기 찢고 있었다.
멀홀랜드의 그 길을 통해서 드러나는 욕망은 무엇이든 모두 이루어지는 꿈이다. 어떤 것이든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분출이다. 사랑에 관한 여러 상상을 이어 붙여 기쁘다가 절망하다 분노한다.
애초부터 친절할 수 있는 것부터 이상한 시작이었다. 할리우드의 꽃이 되려는 사람들이 모여 가식적으로 크게 웃고 초라함을 숨기며 미소를 짓는다. 웃음의 등 뒤엔 칼날이 반사된다.
현실이 꿈같고 꿈이 더 절절하다. 현실에서 분노의 칼날을 쥐고 떨었던 그 심장이 꿈에서는 대범하게 칼을 휘둘러 다른 심장에 꽂는다. 분명한 사랑이 질투와 상처와 거부로 남는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그녀가 내가 되면서 나는 다시 초라하게 물러나야 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사뿐하게 딛고 제대로 난 길을 따라갈 수도 있을까. 지름길로 이어지는 모멸의 순간들이 눈물이 된다.
아무것도 잘못 이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던 순간에 도대체 제대로 통하며 흐르는 것은 무언지 확실하지 않아 당황하게 된다.
나의 현실과 꿈을 분류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만한 그리고 꿈에서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하지만 시간이나 공간의 한계는 거의 없는 신비로운 곳에서 나라는 욕망을 독하게 마주하다 왔다.
이글스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나 이상한 바다 지형,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이미지가 짙은 영화였다.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거기에 그대로 있는 기괴함을 흠씬 느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