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 꺼내 먹는 맛있는 기억
2017.1.14-2.9
*런던-파리-리스본-세비야-바르셀로나-마드리드-톨레도-아테네*
스페인을 여행한다는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인 세비야에 대한 기억을 꺼내본다. 세비야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은 오렌지 향기이다. 야간 버스로 세비야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앙증맞은 사이즈의 오렌지 나무들이 길가에 쪼르륵 서 있던 풍경. 오렌지들은 도로에 떨어져 있기도 하고, 떼굴떼굴 굴러 다니기도 하고, 짓 눌려 있기도 했다. 그런 거리 사이에서 오렌지 향기가 감돌던 세비야의 새벽 풍경이 나를 맞아 주었다.
세비야는 규모가 작은 도시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는 도시이다. 걸어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다 보면 안달루시아 지방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비야 대성당과 알카사르, 스페인 광장과 플라멩코 공연이라는 큼직한 볼거리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여유롭게 소화해 낼 수 있다.
스페인 광장에는 겨울임에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유롭게 책을 읽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여행객의 입장에선 한없이 부러웠다.
스페인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타파스(Tapas)'! 식욕을 돋우어 주기 위해 조금씩 먹는 요리의 일종으로 스페인에서는 타파스를 여러 개 주문하여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 기본으로 나오는 올리브는 손으로 톡톡 먹고, 샹그리아와 클라라(레몬맥주)도 함께 주문한다. 타파스는 가격도 저렴한 데 데코도 꽤나 정성스럽게 나오고, 맛은 엄청나다. 조금씩 나와 여러 음식을 함께 먹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맛있는 음식들을 나만 먹으니 함께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각났던 날들이다.
지난 여행을 다시 떠올리며 사진첩을 들추었다. 예쁘고 맛있던 타파스, 따뜻한 스페인 광장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할아버지, 그리고 온 거리에 진동하던 오렌지 향기 같은 세비야가 좋았던 이유들이 꼭꼭 담겨있었다.